사량도 상도 진촌마을에 최영 사당 말고도 우물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찾아갔다. 우물을 정비하는 과정에 만호(사량진의 우두머리) 선정비 세 기가 우물 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다섯 기의 선정비가 면사무소 앞에 옮겨져 있다.

상황 정리가 조금 어렵다. 책임자를 물 먹이는 민심 같기도 하고, 우물물에 높은 사람들의 고매한 정신이 배이기를 원한 것도 같다. 발굴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기록이 있으면 판단에 도움되긴 할 것인데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의 추억을 뒤로하고 오늘은 사량도 하도에 있는 칠현봉(七絃峰)에 올랐다.

읍포의 폐교 자리에서 용두봉, 망봉, 칠현봉 코스를 경유하여 덕동항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칠현은 일곱 성인은 아니다. 일곱 봉우리이면서 동시에 옥녀봉의 옥녀가 탔다는 칠현금의 의미도 있는 듯하다.

능선에서 보는 전망은 어제 못지않다. 어제 갔던 옥녀봉 일대가 그림처럼 보인다. 더러 가파른 코스도 있었지만 옥녀봉, 가마봉의 아찔한 경사를 경험한 뒤라서 그런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목조계단까지 염소똥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사람보다 염소가 더 많이 이용하는 게 분명하다. 우연찮게 그 귀하다는 똥돌(사진으로 확인 바람)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그런지 신발 바닥에 똥도 절로 붙는다. 도시에 나가면 똥돌 덕에 돈도 따라붙을 텐데 그도 걱정이다. 단돈 백만 원이라도 쳐주면 깨끗하게 똥돌을 넘기고 언제든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선정비 옆 나무는 구실잣밤나무다. '(도토리를 뜻하는)구실자+(밤 비스무리한)잡밤나무'라는 설명이 있다.

덩굴식물 하나는 콩 쪼개 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콩짜개덩굴이다. 또 하나의 덩굴식물은 마삭줄이다. 남쪽 섬 어디서든 흔하게 보이는데 작아 보여도 나무든 돌이든 타고 오르는 힘이 상당하다.

이렇게 저렇게 식물 이름을 외워도 필요할 땐 기억나지 않는다. 마삭줄 얼굴이 다소 붉어 보이는 것은 마, 삭아 없어질 줄 저도 아는 거다.

오는 길에 서호시장에 들러 충무김밥을 샀다. 충무는 통영에 이름을 빼앗겼지만 김밥으로 영생할 분위기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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