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격시장 청년몰 내부 모습. 한상갑 기자

1.2%. 2021년 전경련이 조사한 MZ세대들의 전통시장 이용률이다.

그러면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젊은 세대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정답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온라인 마케팅이다. 통계에 의하면 MZ세대들의 55%가 인터넷, 모바일, 홈쇼핑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에게 전통시장은 영원한 짝사랑의 대상일까? 둘은 인위적, 물리적 연결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산격시장 청년몰 ‘신다림길’은 바로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이었다. 북구청은 2018년 11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청년몰을 개장했다.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창업과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5년, 시장과 청년은 평화로운 동거를 이뤄냈을까. 그 궁금증 해결을 위해 산격시장 청년몰로 떠나보자.

◆2018년 11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청년몰 개장=‘전통과 젊음이 어우러지는 청년 특화구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산격시장 청년몰이 입안된 것은 2017년. 북구청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몰 사업에 공모해 6억 여원의 국비를 따내며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북구청은 청년몰 사업자로 선정된 청년상인들을 대상으로 1년간 창업 교육 및 레시피 개발 지도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청년상인 주간회의를 통해 아이디어 공유 및 메뉴 개발에 힘써 왔으며, 청년상인전국네트워크 출범식 행사를 통해 백종원 대표 등 요식업 전문가들에게 비법을 전수 받았다.

시작 당시 무더위가 특징인 대구의 날씨와 매운맛이 강한 대구 음식에 착안하여 영남권 유일의 매운 음식으로 특화한 점도 주목을 끌었다.

시장 내 가동 건물 1층에 초밥, 스테이크, 커피, 수제 요거트, 의류, 액세서리 등 16개 점포가 입점하며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2018년 산격시장 청년몰 개장 행사 모습. 북구청 제공

◆초창기 점포에 긴 줄 늘어서며 매출도 급증=2018년 11월 청년몰이 출범하면서 자치단체와 입주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 행보에 나섰다. 청년상인들은 자체 협동조합을 설립해 수익성 확보 등 자생력 강화에 힘썼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블로그 운영 지원,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홍보 강화에 나섰다.

청년몰 출범 초기 한 달 매출액이 1억 2,700만 원을 넘어서며 청년몰의 전망을 밝게 해 주었다. 주말이면 점포엔 줄이 늘어섰고, 월 평균 매출액도 40% 이상 늘며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초창기 청년몰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청년상인들의 맛, 서비스 품질 등 경쟁력이 담보된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달마케팅의 덕이 컸다.

초창기부터 점포를 지켜왔다는 한 일식집 주인은 “개점 당시 홀손님 대 배달손님 비중이 8대2였는데 차츰 배달 쪽으로 상권의 중심이 쏠렸다”고 말한다. 직장인들이 번거로운 시장 방문 대신 배달 주문을 택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 이에 청년상인들은 통합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달망을 강화 하는 등 딜리버리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코로나-19 사태 거치며 배달 영업으로 집중=사회 구석구석 모든 영역을 강타했던 코로나 19의 팬데믹 현상은 어김없이 청년몰에도 찾아왔다. 2018년 창업 당시 17개 점포로 시작했던 청년몰은 2020년엔 네 곳만 생존했고, 현재는 입구의 돈가스 집만이 유일한 창립 멤버로 남아있다. 나머지는 추가로 입주한 점포들이다.

현재 청년몰엔 모두 7곳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도전 정신과 맛·경쟁력을 유지한 덕에 살아남은 곳들이다. 다행인 것은 품질과 서비스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들 점포들이 청년몰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마스크 시국에서 점차 벗어나며 시장 방문객들이 늘어난 점도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도 영업의 대부분은 배달 마케팅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 점포주는 “개점 당시에 ‘홀 손님 90: 배달 10’ 패턴이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서서히 배달시장으로 넘어갔다”며 “현재는 홀 20: 배달 80 정도로 매출패턴이 굳어졌다”고 말한다.

점포들의 홍보 전략도 이런 환경에 맞춰서 진행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파워 블로거들을 초청해 온라인 홍보 전략 비중을 높이고, 주변 병원, 오피스 등 사무실 공간에 배달 마케팅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

산격시장 청년몰 외관 모습. 북구청 제공

◆돈가스, 짬뽕집 등 맛집으로 자리 잡아=청년몰에서 대표적인 맛집은 단연 돈가스 집이다. 20년 쉐프 경력의 L씨가 착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집이다.

요리 하나를 위해 30시간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다. 단맛을 내기 위해 몸에 해로운 설탕 대신 매일 양파 20kg을 볶아 단맛을 낸다. 이런 내공과 정성을 들인 덕에 5년 넘게 청년몰의 셀럽으로 자리 잡았다. 일일 판매량만 150~200백 그릇에 이르며 배달량이 엄청나 주변에 오토바이 배달맨들을 수시로 시장으로 불러들인다.

저렴한 가격에 중독성 강한 맛으로 짬뽕 마니아들을 불러들이는 C짬뽕집도 대표 맛집 중 하나다. 꽃게, 새우, 전복, 오징어 등 풍부한 해산물이 들어가는 해물짬뽕과 즉석에서 생면을 뽑아 요리하는 짜장면이 대표메뉴지만 찹쌀탕수육과 깐풍기, 차돌짬뽕, 홍합짬뽕도 베스트셀러다. 역시 주변 사무실에 두터운 단골층을 형성해 하루 배달 물량만 100여 그릇이 넘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크림 라떼 맛집’을 슬로건으로 내건 A카페도 참신한 인테리어와 젊은 감각으로 손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에그타르트, 수제 밀크티, 다양한 맛의 쿠키를 선보이며 젊은층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청년몰의 여러 식당 맛집들이 자리를 잡으며 젊은 층들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배달 주문이 많아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층들이 직접 자기 발로 식당을 찾고 물건을 구매하는 날까지 상인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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