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주 5일제가 들어오기 전 만해도 꽤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여름방학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그다지, 의미있던 시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짧고 굵다는 말은 나에게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말이 되버린지 오래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주 5일제가 실시되었더라도, 그럭저럭 방학이 그렇게 짧은 것을 모르겠는데, 중학교에 와서 보니까, 방학이 겨우 3주라니. 정말 ‘여름’에 콧방귀 꼈는데, 그 콧방귀가 뽀얀 콧김이 돼서 보일 만큼 엉뚱한 발상이다.
정말 주 4일제 하자 하다가는 방학이 역사속의 이야기로 남아 버릴 것이다. 마치, 매미 잡고, 잠자리 잡던 어른들의 어느 추억들 처럼...

 내 방학은 남들의 방학처럼, 아니, 제 ‘입장’에서의 ‘남들’의 방학처럼 평범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여름방학은 백수 체험기간. 할 일 없는 나는 잠만 자는 어느 백수. 백수가 되면, 엄마 아빠의 눈치가 꽤나 까칠하게 거슬린다.
할 일 없이 집안일이나 한다는 주부는, 이래서 일을 찾아야 하고 깨닫고, 나도 이래서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깨닫는다.
하지만, 방학이라 가족 모두들 늦잠을 자고, 그나마 일찍 일어나는 동생은 캠프니 뭐니 이리저리 바쁜 일정 때문에, 집에 없어서. 일찍 일어나도 ‘아직 되지 않은 때’라는 변명, 혹은 ‘새벽에 혼자라는 두려움’ 때문에 내 잠의 연장전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남들 다 일어나는 때의 타이밍을 못 잡고 결국 9시 10시쯤에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따가운 햇살 보다는 눈총이 나를 콕콕 찌르듯이 깨우고, 아버지의 소리는 없는 데 은근히 느껴지는 한숨이 그것도 출근 할 때 흘리시는 한숨은 정말 강력하다.

방학 숙제는 하면 된다, 할 수있다. 하는 데도 엄마는 그것이 못 미더우시는지 늘 숙제 안하나?, 숙제 했나?, 계속 물어보시는데, 그 소리가 잘 때 엄마가 부르는 내 이름 만큼이나 정말 짜증이난다.
그러면 엄마는  “에효, 그러다가 우왈라고 그러노, 참, 걱정이다 걱정이야.”

솔직히 누군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우등생이 꼴통이 되는 꼴을 꽤나 잘 보고 살았다. 그래서 인지, 엄마가 이런 소리를 할때면, 꼭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서 신문의 첫 장을 장식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짜증이난다. ‘엄마가 인간적으로 나를 무시한다.’ 뭐, 이런 생각에.
역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많았으면, 많았을 수록, 갈등은 더 커지고 커지는 법. 그래서 내가 아빠, 엄마 명의로 된 이 집에 ‘얹혀’살지 않을 때 까지는 견디고 잘 견뎌야 한다.
가출하는 또래들을 보면, 늘 생각하는데, 책임감이 없다라고 생각이 된다. 나 같으면, 아빠, 엄마하고 갈등이 생겨도 서로 꼭 같이 살면서, 눈엣 가시처럼 꼭 붙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꼭 훗날 성공해가지고, 날 키우는 데 든 돈, 20억을 한번에 놔두고 올것이다. 그게 나는 ‘복수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보면 부모입장에서 정말 괘씸하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 은근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의 입장으로 보면, 지금 주제에서 너무 많이 벗어 났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방학숙제는 우리 10반에만 추가 숙제가 있다. 10반이 수학 선생 담임 반 아니랄까봐, 숙제는 수학에 관한 것. 방정식과 함수를 각각 10 문제 씩 공책에 쓰시오. 뭐 이런 거, 그리고 거기다가 풀이 과정 까지. 아직 ‘이런 숙제 정식 방학숙제도 아니잖아’ 하며 손도 안 댔고, 이 인수 선생님의 흉만 보고........ 뭐 그랬다. 그래도 해야하는 숙제임이 다름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래도 해보자, 하고 오늘 8월 5일 월요일날, 나는 문제집 한 권을 샀다. 그리고 책읽기 숙제는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실컷 찾다가 왔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못 찾고 터덜터덜 왔는데, 안내문에 학급홈페이지에 있다고 했다, 허탈감...

부쩍 들어 도서관을 갈때나, 지하철에 갈때나, 가까운 거리인데도, 조금만 귀찮으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도서관을 갈 때는 적당히 먼 거리여서 요즘 내 나이 또래가 겪는 ‘사춘기’라는 것의 증상 중 하나로 복잡해진 내 정서를 정리하기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는 딱 좋다.
나는 요번 방학 때, 자전거를 타면서, 작곡한 곡 들을 불러보기도 하고, 시를 읊어 보기도하는 데, 요즘은 남 욕을 하면서 자전거를 탄다.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는데.

안다. 나도 내가 힘 쪽으로는 몰라도, 말발로는 조금 약하다는 것을. 말발로 망신당하는 것은 내게 아주 정말 진짜로 크나큰 치욕이다.
그 중 특히 외모로 놀림 받는 것(어렸을 적 뚱뚱해서 친구들, 가족들한테 은근히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살을 뺐는데도, 뭔가 좀 걸린다.) 놀림 받기 싫어서, 정말 싫어하는 애 하나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정말 내가 그 애와 말싸움하는 그 순간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걔가 애들한테 망신당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나는 은근 행복 아닐 행복에 빠지곤 한다. 그러면서, 내가 걔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내가 무조건 걔보다 뛰어나야한다, 공부 열심히 하자, 등 다짐을 늘 한다. 나에게는 은근 수다쟁이 기질, 아빠가 말하는 ‘남자 답지 않아’라는 기질이 있나보다.

이렇게 친구 욕을 하곤 하지만, 방학동안 나도 많이 달라져서 엄마 친구 분들이 나를 볼 때면 잘생겼다 하는데, 과연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줄까, 하고 괜히 설렘에 빠져본다.

‘방학을 하면.......’ 이라고 방학 전에 생각했고, ‘방학이 끝나면.......’이라고 지금 생각한다. 방학을 해서 설레임 보다,  방학이 끝난 후의 설레임이 더 크다. 과연 모두들 어떻게 지낼까?,
꼭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는 기분일 것 같다. 방학이 짧아 아쉽고, 더 쉬고 싶지만, 그래도 2학기가 그립다.
2학기에는 꼭 반 1등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야지, 음악 수행평가 또 A받아야지, 국어 수행평가도 A받고, 미술도 꼭 실기 점수 잘 받아야지.

사랑한다. 할 일 있던 나의 하루여!                                      <대륜중1 청소년기자 김승학>

김승학 청소년기자  1717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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