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도착한 뒤 정상적인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7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대병원과 전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지역별 대형병원일수록 응급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중증 응급환자 응급실에서 7시간 대기

보건복지부는 3일 '2015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재실시간)은 평균 6.9시간이었다.

중증 응급환자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이다. 하지만 이들이 응급실에 도착하더라도 정상적인 처치를 받기까지 6시간 54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2014년(6.3시간)과 비교하면 36분이나 더 늘어난 수치다.

중증 응급환자의 응급실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긴 병원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으로 23.0시간에 달했다. 다음으로 인제대 부산백병원(21.2시간), 서울대병원(20.0시간) 등이 20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10시간 이상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대기하는 병원은 총 27곳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임호근 과장은 “중앙보훈병원의 경우 응급실 진료를 개선해 중증 응급환자 재실시간이 2014년 하반기 32.0시간에서 2015년 상반기 16.2시간으로 단축됐다”며 “병원의 노력으로 응급실 체류시간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이번 평가에서 응급의료기관 과밀화 지수도 발표했다. 응급실 병상 수에 비해 응급환자가 어느 정도 많은지, 대기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나타내는 응급의료기관 과밀화 지수는 100%가 넘을 경우 응급실 병상 수에 비해 환자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밀화 지수는 서울대병원이 182.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전북대병원(140.1%), 경북대병원(132.4%),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122.6%) 등이 과밀화 지수가 높았다. 조사 대상 의료기관 가운데 과밀화 지수가 100%를 넘는 병원은 총 11곳에 달했다.

◆응급의료기관 법정기준 충족률 82%

평가 대상 전체 응급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에 대한 법정기준(응급 전담의사 1~2명, 전담 간호사 5명 등) 충족률은 전년보다 2.0%포인트(p) 낮은 81.9%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구, 충북의 지역응급의료기관 충족율이 10%p 이상 향상된 반면, 서울, 인천, 울산, 제주 지역은 10%p 이상 하락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히 인천가 제주 지역의 하락폭이 상당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군(郡) 지역 취약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법정기준 충족률은 68.4%로 전년보다 5.0%p 개선됐다.

2015년 기준으로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은 총 75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간호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권역별 거점병원의 간호인력을 취약지 응급실에 순환 파견토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실시할 예정이다.

또 복지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반영해 각 응급 의료기관에 대한 운영비 보조금을 차등지원하는 한편 3년 연속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은 지정 취소하는 등 엄격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다만 응급의료 취약지는 지역 내 다른 응급기관이 없는 때에만 지정 취소를 유예하되 공중보건의 정원을 1명 축소한다.

복지부는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응급실에서 24시간을 초과해 체류하는 환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권역·지역응급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권역응급센터 및 지역 응급센터 144곳을 대상으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와 응급의료수가를 연동하는 방안도 201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평가결과 등을 반영해 3년마다 재지정할 것"이라며 "취약지 등의 부족한 간호인력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올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응급실 과밀화지수 상위 20개 병원 내역 <보건복지부 제공>     ▲ 중증응급환자 응급실 재실시간 상위 20개 병원 내역 <보건복지부 제공>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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