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 포기한 대구백화점’

대구백화점이 동성로 본점 지하 1층을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식품관을 내보내고 영풍문고를 입점시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경쟁 유통업계가 앞다퉈 식품관에 ‘투자’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어서다.

대백본점은 지난 17일부터 지하 1층을 폐쇄했다. 지하 1층 식품관과 케이라운지는 영업을 종료했으며 삼성모바일스토어 등은 매장을 1층으로 옮겼다. 이 자리에는 영풍문고가 입점을 준비 중이다. 대백은 또 본점 11층 식당가도 새롭게 바꾼다. 커피나 델리 등 먹을거리 업소를 입점시켜 젊은층을 위한 ‘만남의 광장’으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대구 토종 유통기업인 대구백화점이 본점 지하1층 식품관을 내보내고 영풍문고를 들이기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품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이모(30·여) 씨는 “백화점에 식품관이 없다는 것은 롯데영프라자 대구점처럼 단순한 ‘공산품 판매장’이라는 소리지 않느냐”며 “토종 대표 백화점인 대백본점이 정체성을 잃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유통업게에서는 이 같은 대백본점의 ‘음식품 포기’를 두고 출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대구백화점이지만 지하 식품관과 식당가가 손님을 불러모으는 ‘앵커’로서의 역할을 못하면서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관에 과일에서부터 수산물, 정육코너까지 갖췄지만 인근의 주거인구가 적어 판매가 잘안될 뿐 아니라 실제 판매되는 부분은 주변 사무실에서 구입하는 가벼운 음료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백화점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식품관을 운영해봐야 재고만 쌓이고 인건비가 들어가니 ‘손실’을 고민한 조치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손실을 메우고 백화점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젊은층’을 겨냥한 영풍문고를 들이기로 했다는 것.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을 시도하고 있는 영풍문고의 의중과도 맞아떨어졌다. 결국 대백은 지하 2천380㎡ 규모의 대규모 고급 영풍문고를 입점시킨다. 반월당 영풍문고와는 차별화되면서 책과 문화, 휴식을 담은 공간으로 꾸며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17일부터 지하 1층을 폐쇄, 영풍문고 입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백의 식품관 포기는 현대백화점이 지하 식품관에 각종 식품들을 입점시켜 손님을 모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맛집’ 효과를 통한 손님 지갑 열기가 공식화 돼 있다. 대형백화점을 전국 곳곳의 맞집을 식품관에 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백화점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14년부터 백화점 전체 매출신장은 2013년 이후 다소 둔화된 반면 식품 분야는 계속해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화점 전체 매출 중, 식품 장르 비중은 지난 2012년엔 12.4%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15%를 넘는 수치를 보였다. 백화점에서 식품 매출이 '명품' 매출을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백화점은 전국곳곳을 다니며 트렌디한 맛집을 경쟁적으로 모셔왔다. 현대백화점 대구점도 식품관에 전국적 맛짐과 음식을 선보이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국 이 같은 트렌드를 역행하는 대백의 ‘식품관 포기’는 ‘음식’으로 다른 백화점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줄어드는 식품관을 손실을 감수하며 운영하기 보다 영풍문고를 입점시켜 임대료를 받으면서 관리에는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안전성’을 택했다는 것. 또 시내 곳곳의 맛집이 있는 상황에서 식품관을 키우기보다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손님들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백 관계자는 “주거인구가 적어 식품관에서의 판매가 큰 소득이 없다. 마진율도 낮다”며 “영풍문고 입점이 어떤 도움일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성공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기존 지하의 식당 가운데 일부 점포는 11층 식당가로 옮겨가기 때문에 식품을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경석 기자·김지은 기자  aclass@deconomic.co.kr/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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