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를 먹기 위해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박모 씨(37)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다 앞으로 지나가는 보행자를 보지 못해 사고가 날뻔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문을 한 후 앞쪽으로 이동해달라는 점원의 말에 차를 움직였는데 코너에서 갑자기 보행자가 튀어나왔다”며 “급브레이크를 밟아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사고가 날 뻔해 너무 놀랬다”고 말했다.

시원한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주문과 수령이 가능한 '드라이브스루'의 시설물이 최근 이어진 폭염으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드라이브스루 시설은 교통 혼잡을 유발하고, 보행자 및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디지털경제 DB)

시원한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주문과 수령이 가능한 '드라이브스루'의 시설물이 최근 이어진 폭염으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드라이브스루 시설은 교통 혼잡을 유발하고, 보행자 및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의 드라이브스루 이용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의 이용자(56.6%)가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문제로 불편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89명(37.8%)은 ‘진출입 시 인도를 지남에 따라 보행자가 신경 쓰인다’고 답했고, 94명(18.8%)은 ‘매장주변에 차량이 많아 운전에 방해된다’고 응답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 방문 시 불편한 점 (자료/한국소비자원 제공)

또한 응답자 중 60명(12%)은 드라이브스루 매장 이용 중 실제로 자동차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고 대상은 주로 ‘시설물’(35명) 단순 추돌사고가 가장 많았다. 이어 ‘차량’(29명), ‘보행자’(23명) 순이었다.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46명(49.2%)에 달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33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조사대상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도를 통과해야하는데 이때 진출로가 분리되지 않거나 주유소 출구로 진입함에 따라 차량의 동선이 겹쳐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9개의 매장은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후 출차 시 운전자의 시야가 건물이나 담벼락 등에 가로막혀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나 차량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이 중 5곳은 시야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도로반사경조차 설치돼있지 않았다.

주유소 출구와 함께 이용하는 A 매장의 드라이브스루 (사진/디지털경제 DB)

또 12곳의 매장은 주변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차량 진출을 알리는 출구 경보장치를 아예 설치하지 않았고 설치한 곳 중 3곳(9.1%)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매장은 주행로와 맞닿은 보도를 구분하는 차단시설이 없고 주행로에 오토바이 등이 주차돼 있거나, 보도를 횡단하는 차량 진출로가 최단거리가 아닌 사건으로 나있어 차량이 보도를 과도하게 침범해야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드라이브스루 이용자들은 드라이브스루의 안전을 위해서는 ‘차량 동선에 안전관리요원 배치’(131명, 26.2%)가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또한 ‘출입구 폭 확대’(117명), ‘사각지대 시야확보’(87명), ‘출입구 위치를 명확하게 표시’(70명)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생활안전팀 최난주 팀장은 “드라이브스루는 식품접객업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며 별도의 시설기준 및 입지 제한이 없고, 매장 진출입 시 보도를 횡단 사용하는 경우에도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 외에 별도의 안전대책 마련 의무는 없는 실정”이라며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드라이브스루 시설 이용자 및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드라이브스루 시설기준 및 차량 출입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점용 시 안전대책 마련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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