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염매시장 한 떡집의 사장님 김모(54) 씨는 최근 시름에 빠졌다. 매년 수능철만 되면 학교 등에서 합격 기원 단체 떡 주문이 연이어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주문량이 줄기 시작해 올해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 김 씨는 “수능 철 단체 떡이 일 년 중에서도 큰 행사였는데 요즘에는 수능이라고 예전만큼 떡을 많이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유통업계에 수능 선물 트렌드가 ‘실용’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 제공, G마켓 캡처)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유통업계에 수능 선물 트렌드가 ‘실용’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떡과 엿 등이 수능선물의 주를 이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문제를 잘 풀라는 의미의 ‘휴지’, 정답을 잘 찍으라고 주는 ‘포크’ 등 의미와 유머를 담은 선물이 인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험생에 맞춘 ‘실용 물품’이 선물로 인기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지난달 수능기획전 판매량(19~25일 기준)에 따르면 수험생의 숙면을 도와주는 코 밴드의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9배 이상(844%) 늘어났다. 또한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도록 만들어진 도넛 방석의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49% 늘었다.

이에 대구지역 유통업계에도 단순한 식품이 아닌 실용적인 측면이 부각된 제품의 판매가 늘어가고 있다. 대구프라자 식품관에서는 불면증과 시력회복에 좋은 국화차와 피로회복에 좋은 홍삼 건강제품 등을 판매하며, 장시간 앉아있어도 허리가 무리가 가지 않는 허리지지대를 판매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캔들과 오일, 디퓨저 등 수능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수능 패키지를 꾸몄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초콜릿과 찹쌀떡을 포함해 평소에도 간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수제 쿠키세트와 견과류세트 등의 구성이 전부다. 예전처럼 복잡한 수능선물들은 배제했다.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판매기획팀 김유승 주임은 “수능을 맞아 초콜릿과 찹쌀떡 등을 판매하고 있고 그 외에 수험생을 타깃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사는 딱히 없다”며 “수능 관련 상품이 예전만큼 많은 매출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수능 프로모션 보다는 전체적인 기획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역시 수능철 꾸준히 인기선물로 꼽히는 초콜릿, 떡, 빵, 합격 엿 등에서 최근에는 수험생의 건강을 생각한 건강식품과 보온병, 담요, 여행용품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수능 관련 상품의 비중을 줄였다. 특히 초콜릿과 합격 엿 등의 기본적인 제품의 진열 비중을 약 30% 줄이고 보온병과 보온도시락, 건강식품, 온열 발난로 등의 실용적인 제품을 늘렸다. 이에 지난달(16~29일 기준) 보온병과 보온도시락의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5.2% 증가했다.

이마트 대구점 홍보팀 우병운 과장은 “최근에는 예전만큼 수능 관련 상품을 많이 내놓지 않고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의 프로모션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에는 수능치기 전에 초콜릿부터 합격 엿, 홍삼 등이 많이 나가고 수능 끝난 후에도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등이 많이 판매됐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능이라고 해서 매출이 확 오른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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