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산지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설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제수용품 구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쌌던 전통시장은 한파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소상공인들도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갑열기 여전히 겁난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경산 중방동의 경산시장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그동안 한파와 폭설 등으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주춤했지만 날씨가 풀리면서 손님들이 모여든 것. 이곳에서 20년 째 과일을 팔고 있는 전복림(64·여) 씨는 “근래 한파다 폭설이다 해서 제대로 장사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날도 풀리고 눈도 녹아서 손님들이 그나마 있는 것”이라며 “한파 때문에 과일 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서 그게 제일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설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만큼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막상 지갑을 여는 이들이 적었다. 가게 앞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가격을 물어본 뒤 자리를 돌아서는 모습이 흔했다. 한상미(42·여) 씨는 “올해 물가가 너무 올라서 걱정이다”며 “차례상 양을 대폭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 명절 차례상 비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평균 26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최근 한파와 폭설 등으로 산지 출하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공급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제수용품을 뒤늦게 준비하려는 시민들은 걱정이 한아름이다. 부부 김영진(57) 씨와 전미연(53·여) 씨는 “명절 차례상은 항상 시장에서 준비했는데 올해는 한파 때문인지 너무 비싸서 부담된다”며 “추석 차례상과 비슷하게 장을 봤는데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체감물가가 작년에 비해 올랐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김모(47·여) 씨는 “우리는 차례상을 명절 직전에 준비하는데 이번에 한파로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부랴부랴 나왔다”며 “조금씩 구입해 명절을 지내는 편인데 작년보다 금액이 10%는 더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51·여) 씨는 “생물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다”며 “냉동은 가격이 별로 안올랐는데 차례상에다 쓸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오른 생물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한파 직격탄

게다가 뒤늦게 이어진 한파의 영향으로 제수용품의 가격은 점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파의 영향은 전통시장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미리 물량을 대량 확보해둔 대형마트는 가격 영향이 적은 반면 전통시장은 산지에서부터 가격이 상승해 고스란히 높은 금액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박미숙(45·여) 씨는 “한파의 영향으로 물품 대부분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문제는 설까지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거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산시장 상인에 따르면 생물 오징어의 같은 경우, 한파가 오기 전과 비교해서 현재 1박스 당 5-6천 원 올랐고 문어는 1박스 당 2-3만 원이 올랐다. 또한 대파와 시금치, 조기를 포함한 채소, 나물, 육류 등은 물가가 20%에서 50%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역시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상인은 “채소류가 산지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에 눈도 오고 추워서 흉작이라 작물 수도 줄었고 가격도 현저히 뛰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한파와 폭설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의 구조상 한파의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한 것은 없다”며 “매출 역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달 29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전통시장은 24만616원으로 1주전 조사에 비해 2.4% 상승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전주와 동일한 33만8천 원으로 나타났다. 두 곳의 차례상 비용 격차가 줄어든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차례상 비용이 더 저렴한 것은 맞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이 기후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더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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