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친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살해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아동 학대를 단순히 가족간의 문제,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지난 2014년 아동 학대 발생 건수가 1만27건으로 조사됐다. 200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늘어가는 아동 학대의 이면에는 ‘학대’와 ‘훈육’을 정확히 구분짓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관여한다. 체벌이 훈육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결국 자식들에게 학대를 대물림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본지는 아동 학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체벌과 훈육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뉴스몰 편집자주>

▲ 실제 지난 2014년 아동 학대 발생 건수가 1만27건으로 조사됐다. 200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1편>‘훈육을 하기 위해 때렸어요’-체벌은 훈육 아니다

늘어가는 아동 학대 발생률만큼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에 의해 살해당하는 범죄사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대부분은 ‘훈육’을 목적으로 체벌을 가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훈육과 학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체벌 훈육은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훈육≠체벌, 학대는 훈육을 가장한 ‘체벌’의 반복

지난 1월 15일, 친아버지가 초등생 아들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곧바로 정부는 전국의 각 학교에 장기결석 아동의 실태를 파악토록 했다. 아동 학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2월 3일 여중생을 학대한 끝에 살해한 뒤 무려 11개월 동안 집안에 시체를 방치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월 15일 한 여성이 4년 전에 7살 딸을 학대하다 숨지자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전수 조사로 인해 그동안 꼭꼭 숨겨져 있던 친부모의 자식 학대는 수 없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4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아동 학대 발생 건수가 1만27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3년(6천796건)보다 47.5%나 증가한 수치다.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1년(2천105건)과 비교하면 3.7배 늘어났다.

특히 2014년 아동 학대 가운데 80%에 달하는 7천742건이 친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 아동학대 발생 건수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말하는 친 자식을 학대하는 이유는 ‘훈육을 가장한 체벌’ 때문이다. 전문가는 부모의 양육태도나 훈육을 가장한 체벌이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은영 형사정책연구원은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아동학대 가해자 부모의 학대 동기는 양육태도 및 훈육문제가 50.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후 가해자 개인의 특성(20.4%), 양육부담 및 스트레스(9.3%), 부부 문제(7.2%), 경제적 문제(5.5%)로 나타났다.

친부모의 ‘존속살인’ 역시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이 폭행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과정으로까지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대부분의 아동학대 가해자도 자신의 학대 행위를 ‘훈육’이었다고 항변했다.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 가해자 아버지 최모(34)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집이 센 자신의 모습을 닮은 아들이 말을 안 들어서 훈육을 하기 위해 때렸다”고 밝혔다. 여중생을 살해하고 11개월 간 방치했던 부모 또한 조사 과정에서 “딸이 말을 안 들어서 훈육 목적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말했다.

◆체벌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

하지만 전문가는 훈육에는 체벌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훈육과 학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박영호 담당은 “아동복지법 제5조에 따르면 아동의 보호자는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며 “특히 신체적 학대 행위는 제17조에 따라 금지 행위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다”고 말했다.

훈육에는 대화를 통한 아이의 행동 변화 유도, 올바른 행동에 대한 보상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체벌이 훈육 방식 중 하나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자신의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러한 법이나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체벌은 훈육 방식 중 하나라고 잠재돼 있는 것이다.

▲ 민법 제915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자료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전문가들은 체벌은 절대 훈육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영등포아동보호기관 김형희 팀장은 “체벌은 훈육이 아닌 폭력”이라며 “신체적 고통을 가해서 아동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데 아직도 체벌을 훈육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에게 맞을 때 ‘내가 잘못해서 벌을 받는구나’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지만 ‘어른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네’라고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며 “약자를 대할 때 힘을 사용하는 방법은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체벌은 학대로 대물림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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