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청라언덕. 근대골목 투어를 나선 학생들이 청라언덕에서 푸른 자연과 돌길, 돌담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옛 순라군의 한복을 입은 홍장길 골목및숲해설사가 미소를 띠며 말을 건냈다.

“청라언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골목및숲해설사입니다. 해설이 필요하시면 해설을 해드리겠습니다.”

낯선 ‘골목및숲해설사’라는 직업에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골목및숲해설사가 뭐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 씨는 ‘이곳이 왜 청라언덕인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이후 모든 학생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의 한자로 푸른 담쟁이가 올라오는 언덕이라고 해서 청라언덕이라고 합니다”고 말했다. 

▲ 홍장길(75) 시니어는 지난 2003년부터 14년째 골목및숲해설사 일을 하고 있다. 공직에서 퇴임한 뒤 대구의 제1호 ‘골목및숲해설사’로 살고 있는 홍 씨는 대구 골목 역사를 알리는 ‘살아있는 참고서’라는 제2의 인생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홍장길(75) 시니어는 지난 2003년부터 14년째 골목및숲해설사 일을 하고 있다. 공직에서 퇴임한 뒤 대구의 제1호 ‘골목및숲해설사’로 살고 있는 홍 씨는 대구 골목 역사를 알리는 ‘살아있는 참고서’라는 제2의 인생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이 대구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 근대골목 관광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골목및숲해설사’이다. 골목및숲해설사는 대구의 근대골목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골목이 지닌 역사와 기원, 골목에 얽힌 이야기 및 나무나 자연에 대해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다. 홍 씨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및숲해설사다.

홍 씨는 11년간 대구시 서구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다 1990년도에 퇴임했다. 이후 평소 취미였던 자원봉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우연한 계기로 해설가의 기회를 만나게 됐다.

그는 “46년 간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시에서 사업을 하려하는데 같이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며 “근대골목의 역사들은 나의 부모님과 내가 직접 겪은 일들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울 게 있겠나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가 않더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낯설 기만한 골목및숲해설사 제1호가 되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다. 그는 정확하고 다양한 역사를 알기위해 2003년 3월부터 6개월간 대구의 모든 골목을 다니며 공부하고 역사를 찾아 연구했다.

홍 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골목에 무슨 역사가 있겠냐’며 비관적으로 본 사람들도 많았다”며 “거기다 정확한 역사를 연구하고 공부한 후에 평가를 거쳐야지만 받을 수 있는 골목및숲해설사 자격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만뒀다”고 밝혔다.

▲ 실제로 골목및숲해설사업은 처음 대구와 인천, 강릉, 울산 총 4대 도시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어려움과 낮은 전망성으로 현재는 대구만 남아있다.

실제로 골목및숲해설사업은 처음 대구와 인천, 강릉, 울산 총 4대 도시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어려움과 낮은 전망성으로 현재는 대구만 남아있다.

이 같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홍 씨는 골목및숲해설사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젊은 사람만 열정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단순히 골목과 숲에 대한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연구하면서 발견하고, 지키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한 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열정 덕에 청라언덕에는 ‘3·1운동길’이라는 새로운 길이 생겨나기도 했다. 청라언덕의 3·1운동에 대해 연구한 홍 씨가 시에 정식으로 요청했고, 이에 3·1운동길이라는 현판이 생겨난 것.

홍 씨는 “대구 같은 경우, 3·1운동이 3월 8일에 일어났다”며 “옛 선조들은 장날이었던 8일 오후 2시에 3·1운동을 하면 일본군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뿐만 아니라 옛 선조들은 큰 길에서 3·1운동을 하면 일본군에게 금방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시 오솔길이었던 이 청라언덕 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향했고, 그것이 대구 3·1운동의 시작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들로 인해 대구 근대골목 투어는 3년 연속으로 ‘한국 관광의 별’을 수상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골목및숲해설사는 대구의 근대골목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골목이 지닌 역사와 기원, 골목에 얽힌 이야기 및 나무나 자연에 대해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다. 홍 씨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및숲해설사다.

전남 순천만습지 관리국 직원 조임성(43) 씨와 이태성(33·여) 씨는 “대구 근대골목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답사를 왔는데 골목및숲해설사가 있어서 신기했다”며 “글이나 책을 통해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말해주고 하니까 재미도 있고 이해도 잘돼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근대골목을 찾은 사람들은 홍 씨의 골목및숲해설을 들으며 깨닫기도 하고 재밌어도 하면서 흥미를 가졌다.

홍 씨는 “이렇게 더운 날 같은 경우에는 옷 위에 순라군 한복까지 입고 있어서 땀도 많이 나고 힘도 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잊을 만큼 이일이 재미있다”며 “특히 처음에는 무덤덤했던 사람들의 나의 해설을 진지한 눈빛으로 들으면서 재밌어하고 깨달아 갈 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과 같은 또래들에게 “요즘 시대에는 60세도 청춘이다. 나이가 들어도 집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나와서 공부하고 봉사활동하면서 사람 만나고 해야 인생이 재미있고 신난다”며 “100세 시대에 남은 인생을 지루하고 재미없게 살 건지, 재밌고 행복하게 살 건지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한편, 골목및숲해설사업은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대구에는 총 48명의 골목및숲해설사가 청라언덕, 경상감영공원, 김광석 길, 국채보상운동거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2명이 1조로 이루어져 근대골목 한 구역 당 3조가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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