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운영하고 있는 외식프렌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가 골목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을 앞세워 식자재의 단가를 낮추면서 가격경쟁력을 잃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특히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연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는 것은 물론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주)더본코리아'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중소기업이 된 ㈜더본코리아, 1년 만에 점포수 두 배 이상 늘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모토로 하고 있는 더본코리아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운영하는 외식프렌차이즈 업체로, 현재(2016년 6월 기준) 총 25개의 브랜드, 전국 1천67개(직영점 21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의 점포수를 두 배 가까이 불리며 급격히 성장했다. 2014년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 원 이하’였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기준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돼 확장 자제 권고를 받아온 더본코리아가 2015년부터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천억 원 이하)되면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확장 자제 권고가 없어진 더본코리아의 국내 점포수는 2014년 기준 563개(직영점 20개)에서 1년 만에 1천67개(직영점 21개)로 늘어났다. 이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의 전국 가맹점 숫자 1천269개와 맞먹는 엄청난 규모이다.  

▲ 더본코리아 국내 점포 수(자료/더본코리아) (그래픽/김보람 기자 de@deconomic.co.kr)

◆이곳저곳 모두 ‘백종원화’, 골목상권은 ‘죽을맛’

이 같은 더본코리아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골목상권이 ‘위기’에 처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홍보가 되는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의 탈을 쓰고 골목상권을 집어 삼키고 있다는 것.

실제 이달 1일 오후 2시에 찾아가본 대구 경북대학교 근처는 더본코리아의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더본코리아의 중화요리전문점 브랜드인 ‘홍콩반점0410’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에도 불구하고 홀에 손님이 절반 이상이 차있었고,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손님들이 무섭게 계속해서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약 2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P 중화요리전문점에서는 점심시간이 다 가도록 한 테이블의 손님만 다녀갔다.

P 중화요리전문점 사장님은 “홍콩반점이 2년 전쯤부터 들어왔는데 저 가게가 생긴 이후로 홀 손님이 절반가량 줄어 지금은 거의 배달 위주로 장사가 되고 있다”며 “특히 이곳은 대학가이다 보니 학생들이 주 고객층인데, 백종원이 TV에도 워낙 자주 나오고 해서 많은 홍보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 오후 2시 경북대 근처 홍콩반점0410 매장(왼쪽), 같은 날 같은 시간 근처 P 중화요리전문점 매장(오른쪽)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더본코리아의 CEO 백종원의 경우, 최근 요리인들 중 가장 핫한 인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TV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백종원의 인기는 사실상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파워가 되는 셈이다.

또한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 1천6백 개 규모의 점포수를 가진 만큼 막강한 자본을 가진 더본코리아가 대규모로 식재료를 공급해 제공하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면서 소상공인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동성로에서 김치찌개 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근처 새마을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아주 낮은 가격에 팔고 있어 비교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아무리 단가를 낮춘다 해도 새마을식당만큼의 가격을 맞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우려는 전국 1천500여개에 달하는 지점 가운데 직영 운영이 별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경우 초기 투입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더본코리아의 ‘을’일 수 밖에 없다”며 “당장에는 ‘백종원’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본점에서 얼마나 관리를 해줄지, 백종원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급한 성장을 한 매장들이 나중에 브랜드의 거품이 빠졌을 때 우르르 쓰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소 김현종 연구위원은 “더본코리아의 점포수가 급격히 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더본코리아의 성장이 최근 저조했던 시장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긍정성도 있다”며 “백종원 가게를 찾았다가 주변의 골목상권으로 소비자가 이동을 하는 낙수효과도 있기 때문에 양면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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