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취재수첩
[시와 함께]바트바트
   

 사)한국문협칠곡지부 회원

[한 편의 詩]

- 바트 -                             이혁순

 
바다가 호수처럼 잠든
통영만의 밤
어제 저녁 뜬 별은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더욱 또렷하다.
 
기숙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트가 전화를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바트
하루의 노동에도 지치지 않았는지
매일 밤늦게까지
고향의 할머니와 여섯 동생들에게
길고도 긴 안부를 전한다
 
그의 월급 백사십만원은
일곱 가족의 생명줄
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들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제비의 노란 부리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하루 종일 공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 훔치던 유난히 깊고 푸른 그의 눈이
어미새 부리처럼 반짝인다
 
바다가 호수처럼 잠든
통영만의 밤
초저녁 시작된 바트의 전화는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이
밤새 마주보고 속삭이다
파미르고원 너머로 하얗게 사라질 때까지.

박상희  jangk52@naver.com

<저작권자 © 디지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상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