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배치를 둘러싸고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거세게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보복무역’으로 인한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관련 한 중견기업은 이달 들어 중국 현지 공장과 거래처로의 방문을 제때 하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로 발표한 뒤 중국 측이 보복성 제재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중국 현지 기업이나 정부가 발급한 공식 초청장이 없는 경우 상용비자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행사 등 한국의 비자 대행업체의 초청장 발급·비자 신청이 중단된다.

이번 조치는 겉으로는 비자 발급을 원칙적으로 하겠다는 표시이지만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상용비자 발급을 갑작스럽게 중단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특별 초청장이 없어도 비즈니스를 위한 중국 비자가 발급이 가능했다”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해 기업인들이 중국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가 지역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역 주력 업종 중 하나인 섬유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원단을 수입하는데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생지를 수입한 뒤 염색가공해 다시 수출하는데 수시로 중국을 오가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비자 발급에 제동이 걸려서 생산 현장을 확인하지 못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중국 현지로 들어가기 위한 편법도 나오고 있다. 일반 관광비자로 중국에 들어간 뒤 현지 거래처와 미팅을 가지는 방법이다. 한 기업인은 “우리가 상대하는 중국 현지 거래처나 협력업체들도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어서 초청장을 받는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다릴 수 없어서 관광객처럼 복장을 입고서 중국에 들어갔다가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미팅을 한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보복무역에 동참하는 현지 기업들도 나오고 있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 제소를 줄이는 대신에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윤종오 의원(무소속)실이 입수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사드배치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각 지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 발표를 한 뒤, 곳곳에서 한국과 진행하던 무역교류를 잠정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대경지부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서 명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보복’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측이 비자 발급 등 각종 제재 방법을 동원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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