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산업단지의 A 회사는 최근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빅3’ 완성차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해왔던 것에서 조금씩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현대기아만을 바라보면서 사업을 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분위기 역시 예전과 달라서 현대기아차가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와 거래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데 집중해왔던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가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면서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위상이 올라가면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

◆‘현기’만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

부품 협력업체들이 현대기아차와의 ‘단일 협력’에서 다변화로 돌아선 것은 영업이익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해왔지만 부품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온 현기차의 전략으로 비계열 부품업계의 영업이익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디지털경제 DB

최근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전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한 37개 비계열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23%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의 주요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0.06%에 달했다. 또 모비스를 제외한 9개 현대차 계열 부품사의 평균이익률은 4.96%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 측은 비계열사가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현대차가 납품 단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계열사와 비계열사 부품사 간 수익이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매출 역시, 현대차 부품 계열사의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 대비 6.3%가 증가했지만, 비계열 부품사의 매출은 평균 11.7% 정도 감소한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정했다.

결국 현대기아차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비계열 부품사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거래처 다변화를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 산업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매출 한계 다변화로 극복

국내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 2천300여곳의 매출은 지난 2010년 95조원에서 지난해 163조원으로 72% 늘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 동반진출을 한 뒤 자체적으로 다른 완성차 회사로 공급처를 다변화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주요 1차 부품 협력사가 현대기아차 외 해외 완성차회사에 납품한 부품은 지난 2010년 5조원 미만에서 지난해 10조원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부품업체들도 앞다퉈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십년 넘게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끌어올린 기술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내 부품업계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믿음도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한 지역부품 업체는 수년전부터 일본 도요타와의 거래를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지난 2014년 1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곳 관계자는 “국내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거래처를 다변화 해야만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시에서도 앞장서서 지역 부품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2014년 시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열린 8개의 자동차부품 전시 및 박람회에 지역 업체의 참여를 지원했다. 덕분에 수출 계약 1천500만 달러(약 168억 원), 상담 실적 7천만 달러(약 788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한 지역 부품업체 대표는 “현대기아차의 끊임없는 품질 요구에 맞추면서 키운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에 우리가 먼저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다”며 “일부 업체는 해외 완성차 회사와 신차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해 부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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