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싸움에 이겼지만 또 다른 난제를 만났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개점을 할 수 있게 된 대구 북구 칠성동 대형할인점이 연내 오픈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그룹 경영 공백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칠성시장 상인과의 상생, 지역 경제 이바지 등 오픈 전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놓여있지만 이를 책임지고 진행할 여력이 현재 부족한 상황이다.

칠성동 대형할인점 오픈이 결정되기까지 1년 8개월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탠다드퍼시픽홀딩스(이하 SPH)는 북구 칠성동2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 부지 옆에 상업시설인 ‘칠성 SPH 쇼핑센터’를 짓기로 했다. SPH는 북구청에 쇼핑센터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을 신청했다. 북구청은 이를 허가해줬다. 이듬해인 2014년 SPH는 이 건물을 롯데쇼핑에 임대주기로 했다. 이때 롯데쇼핑이 대규모점포 개설자를 SPH에서 자신들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2014년 6월 북구청에 개설변경등록을 신청했고 북구청이 이를 반려했다. 북구청은 “롯데쇼핑이 이곳에 열려는 할인점은 일반 대형마트와 차이가 없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피해가 예상돼 신청을 반려했다”고 당시 설명했다.

검찰의 롯데 수사가 지속되면서 그 여파로 인해 대구 칠성동 롯데마트의 개점이 연기되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칠성동 롯데마트 건물 모습. 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쳐

이에 따라 SPH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SPH의 손을 들어줬다. 북구청이 항소까지 했지만 올 4월 최종적으로 북구청이 패소하면서 대형마트가 올 연말 개점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때 아닌 벽에 부딪혔다. 바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이다. 롯데그룹은 올 6월부터 전방위적인 비자금 수사가 이어진데 이어 최근에는 계열사인 롯데건설의 3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또 검찰은 조만간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칠성동 롯데마트의 오픈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PH 측은 아직 롯데마트 오픈에 대한 명확한 시기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롯데쪽에 물어보더라도 ‘지금 그룹 내 분위기가 좋지 않아 언제 오픈을 할 수 있을지 확답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이미 법정 다툼으로 손실이 크게 발생했는데 하루빨리 오픈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롯데마트 오픈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재 롯데그룹 개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대구 수성의료지구 내 복합 쇼핑몰 사업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해 이곳에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는 현지 법인을 대구에 설립했다. 7만7천49m²의 부지에 고급 쇼핑몰과 아웃렛,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연말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자산개발이 검찰의 초기 수사 선상에서 주요 비자금 흐름으로 지목되는 등 악재가 일어났다.

롯데자산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수성의료지구 내 복합 쇼핑몰 사업은 롯데 수사의 영향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밝혔다. 수성의료지구 조감도

유통 업계 관계자는 “롯데자산개발의 의혹이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신 회장을 구속하면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무너지고, 지금껏 진행하던 사업에 대한 수정이나 취소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하지만 롯데자산개발이 검찰의 초기 수사 선상에서 주요 비자금 흐름으로 지목되는 등 악재가 일어났다.

실제 서울 롯데월드타워는 준공을 앞두고 이번 검찰의 그룹 수사로 인해 정식 개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의료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롯데자산개발 측으로부터 사업의 지연이나 취소 등과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곳의 사업은 별 영향 없이 진행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의료지구의 경우 이미 롯데가 부지 매입금은 모두 지불한 상태이고 2년 이내에 착공을 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지구 전체 사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경석 기자  aclass@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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