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돌이 지난 딸을 둔 김모(32) 씨는 얼마전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아내의 재취업을 돕고 딸과의 시간도 보내기 위해서다. 김 씨는 “불과 2, 3년전만 하더라도 육아휴직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요즘 사회 분위기도 남성의 육아휴직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기도 하고 마침 회사도 경영선진화 등을 위해 육아휴직을 받아줬다”고 말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육아휴직자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육아휴직자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 (사진/디지털경제 DB)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 말까지 남성 육아휴직자는 5천398명으로 지난해 대비 5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육아휴직자(6만7천873명)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도 7.9%로 지난해(5.4%) 보다 2.3%포인트(p) 올랐다.

특히 '100인 이상~300인 미만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69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했다.

다른 지표에서도 남성의 육아참여는 점차 느는 추세다. ‘아빠의 달’ 이용자 수는 1천878명으로 전년 동기(967명) 대비 94% (1.9배)증가했고 남성 비율은 88.6% (1천664명)를 기록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인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빠의 달 사용인원의 확대는 올해부터 아빠의 달 지원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부터 둘째 자녀를 대상으로 아빠의 달 제도를 사용하는 경우(엄마·아빠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20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참여는 더욱 늘 전망이다.

이 밖에도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올 9월말 기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자 수는 2천100명으로 전년 대비 38.3% 증가했고 남성의 사용은 전년(126명)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297명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측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은 인력 공백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300인 미만 기업의 활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나영돈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남성 육아휴직의 증가는 여성의 경력단절 및 육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직장문화의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아빠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유연하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근무혁신 10대 제안’ 등 범국민 캠페인을 통해 기업문화를 개선하여 일·가정 양립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 고용창출과 저출산 극복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장윤혁 기자  jang@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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