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산동에 사는 한영진(36) 씨는 얼마 전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하다 무료 배송 기준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씨는 “기준 금액이 적게 오른 것도 아니고 두 배 이상 올랐음에도 사전 통지 하나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당일 배송으로 유통업계에 배송 전쟁을 불러온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계속된 적자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9천800원이었던 무료배송 기준이 이달 11일부터 1만9천800원으로 인상된 것. (사진/디지털경제 DB)

당일 배송으로 유통업계에 배송 전쟁을 불러온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계속된 적자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9천800원이었던 무료배송 기준이 이달 11일부터 1만9천800원으로 인상된 것. 소비자들은 스리슬쩍 무료 배송 기준을 올렸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은 쿠팡맨이라는 전담 배송기사를 통해 오늘 사면 내일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시스템이다. 또한 로켓배송은 9천800원 이상의 제품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쿠팡은 사전 공지 없이 무료 배송의 기준을 9천800원에서 1만9천8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렸다. 쿠팡측은 로켓배송 시스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일환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인상을 두고 유통업계는 쿠팡이 무료배송으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인프라 구축비용이나 인건비, 물류비 등으로 지금까지 약 1조6천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로켓배송이 인기를 끌며 전체 매출은 증가했으나, 인프라확대 비용 등의 관리 비용도 늘어 지난해 쿠팡은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5천470억 원(2015년 공시자료 기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5배 늘어난 금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자체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배송을 판매 서비스의 연장선 중 하나로 만들어 배송의 질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에는 많은 규모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24시간 내 로켓배송과 쿠팡맨을 통한 시장 확대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상 요인으로 ‘쿠팡맨’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낮은 무료배송 기준으로 택배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처리하는 ‘쿠팡맨’의 숫자는 제자리걸음하고 있어 소비자의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해 로켓배송 강화를 위해 쿠팡맨을 올해까지 1만 명, 내년에는 1만5천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쿠팡맨의 숫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3천6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결국 계속되는 적자와 쿠팡맨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쿠팡이 무료배송 기준 금액 인생이라는 해결책을 꺼내들었으나, 특별한 공지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부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쿠팡이 갑자기 금액을 올리면서 다른 업체들과 같아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반 배송업체를 다니고 있는 정성욱(37) 씨는 “그냥 배송보다 로켓배송 비용이 3~4배 정도 더 든다”며 “애초에 쿠팡이 무리하게 시작하기도 했고, 지금도 계속 적자액이 나고 있다 보니 금액을 늘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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