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콘텐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9) 씨는 기업을 설립하기까지의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이 홀로 기업 설립의 과정을 다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지역 콘텐츠 관련 업계는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지원 받기 매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문화콘텐츠산업이 과거(2011년) 팽창하던 것에 비해 최근 2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하 DIP)이 발표한 ‘2015년 대구문화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4년도 기준 대구 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기업 수는 6천589개, 종사자 수는 2만1천333명, 매출액은 1조7천690억3천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대비 업체 수만 320여개 증가했을 뿐 종사자 수 1천50명 감소, 매출액 3천400억원 감소된 수치다.

이런 콘텐츠 사막 같은 대구에서 지난 12월에 2센터를 개소한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은 지역 콘텐츠 및 스토리 개발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대구시에서 출자해 DIP가 주관하는 이 기관은 지역 창작자,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팀 등을 지원해 문화콘텐츠산업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대구 콘텐츠코리아랩은 뭘 하는 곳인가요?

콘텐츠코리아랩은 문체부가 주관해 설립한 지역수요 기반형 기관으로 현제 서울에 있는 융합선도형 콘텐츠코리아랩을 포함 대구, 부산, 경북 등 총 9개 지역에 있다. 콘텐츠코리아랩 관계자는 “각 시․군에 한 곳씩 모두 개소하는 것이 문체부 측의 목표이며, 올해에도 다른 지역에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 콘텐츠코리아랩(이하 대구콘랩)은 14년 2월 문체부의 공모에 대구시가 지원해 15년 2월 동구 동대구로 대구콘텐츠센터 9, 10층에 1센터를 개소했다. 이후 공간의 확장과 세분화된 지원을 하기위해 지난 12월 스토리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할 2센터를 중구 국채보상로에 개소했다. 2센터는 1층을 ‘콘텐츠 쇼룸’으로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의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와 지역 기업이 만든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며, 2층은 ‘커넥팅 라운지’로 지역 창작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개방형 창작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6층 ‘시너지 스튜디오’는 창작자를 위한 입주공간과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시너지 스튜디오에는 12팀의 지역 창작자들이 입주해 있다.

대구콘랩은 ‘빛나는 작은 아이디어가 글로벌 콘텐츠가 되는 그날까지’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개소 이후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은 지역 창작자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콘텐츠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창업에 이르는 전단계를 4단계 ▶아이디어 생성 ▶아이디어 구체화 ▶아이디어 실험․융합 ▶아이디어 사업화로 세분화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1개 많게는 3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콘텐츠관련 사업 혹은 공부를 하는 창작자들을 돕고 있다.

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이디어 생성 단계의 ‘슈퍼세미나’, 구체화 단계의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실험․융합 단계의 ‘콘텐츠 창작 네트워킹’, 사업화단계의 ‘소셜 벤처리그’, ‘브랜딩 프로젝트’ 등 연간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30~40여개 가량 된다.

특히 생성단계의 슈퍼세미나는 창작자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강연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김태호PD, 장항준 감독 등 지역에서는 접하기 힘든 유명 창작자를 초청해 현재까지 총 57회, 4천420여명에게 제공해 대구콘랩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아이디어 사업화 단계의 콘텐츠 스타트업 리그는 40여개의 팀이 참여해 최종 우승 3팀을 가려내는 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각 팀의 콘텐츠를 사업화 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상위 6개 팀에게 6천만원의 창업지원금과 해외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미국 오스틴)에 참가하는 킹오브 콘텐츠 프로그램에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창작자의 콘텐츠 홍보 전시관 있는 ‘2센터’

지난 1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 위치한 대구콘텐츠코리아랩 2센터 1층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정갈한 모습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입은 캐릭터 피규어와 동글동글하게 생긴 강아지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 아기 옷 등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맞은편에는 큰 TV와 헤드셋, 편안한 쿠션이 놓여있고 그 옆으로 책꽂이에 다양한 만화, 소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센터는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관련 창작자들의 책, 만화, 캐릭터와 대구지역 기업들의 콘텐츠를 전시해 홍보를 하는 곳이다. 지역의 기업이 아닌 창작자의 콘텐츠를 홍보하는 전시관은 이곳이 처음이다.

콘랩 2센터의 개방형 창작 공간인 ‘커넥팅 라운지’에서 만난 김여정(29)씨는 “만화 지망생으로 공부를 한지 얼마 안됐지만 대구콘랩에서 ‘미니 만화책’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런 장소(커넥팅 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니 정말정말 유익해요.”라고 말했다. 대구콘랩은 창작자들에게 고가의 3D프린터, 디자인용 태블릿 PC 등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기기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대구콘랩 2센터에 입주해 캐릭터 사업을 하고 있는 김도연(47) 대표는 “스토리 융합 팀에서 콘텐츠 리그를 진행했었다”며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구콘랩과 DIP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입주 전 이미 콘텐츠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DIP와 연계해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구콘랩은 앞으로 만화가와 작가, IT기술과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융․복합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콘텐츠제작의 부가가치를 높일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DIP 관계자는 “지역 콘텐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소통의 공간으로서 창작자를 지원할 예정이며, 창작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raphael@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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