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세요” 중매서는 공무원, 대구 달서구청 ‘결혼장려팀’

달서구청의 성과보고회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 팀의 업무성과보고는 "이번 미팅에 20쌍의 남녀가 참가해 총 7커플이 탄생했습니다", "BAND(SNS)를 통해 김모씨와 이모양이 '썸'타는 것으로 보입니다" 등 몇 명의 만남을 주선했는지, 어떤 커플이 이어지고 또 잘 만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성과보고를 한다. 결혼이 업무인 부서답게 구청 과별 업무 성과 보고에서도 이 팀은 ‘몇 명의 만남을 주선해 몇 명의 연인을 만들었다’는 점이 보고내용이다.

대구 달서구청에는 미혼남녀의 결혼을 주선하는 전담부서가 있다. 바로 ‘결혼장려팀’이다. 지난해 7월 처음 들어선 이 팀은 올해 ‘청춘’들의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12월에 진행한 '12월의 크리스마스 연인만들기' 사진제공 : 대구 달서구 결혼장려팀

◆‘결혼장려팀’이 뭐죠?

대구달서구청의 ‘결혼장려팀’은 결혼적령기가 늦어지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및 독신가정 증가, 결혼비율 감소 등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달서구청장(이태훈)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됐다.

일시적으로 꾸려졌다가 사라지는 TF팀(어떠한 업무를 위해 임시편성 되는 임시조직)이 아니라 경제과, 세무과 같은 구청의 한 부서다. 결혼장려팀의 업무는 달서구 내의 미혼의 남녀를 결혼시키는 것과 장려팀의 소개로 만난 연인들의 안부를 문자나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물어보는 등의 일이다.

현재 대구 달서구청의 결혼장려팀은 현재 ‘인식개선-만남-결혼준비-결혼-결혼생활’ 등 결혼 전반에 대한 4개 분야 20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결혼장려팀이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바로 만남 프로그램 등 구의 각종 결혼장려 사업에 참여할 미혼남녀를 연중 모집하는 사업이다. ‘결혼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결혼원정대에 가입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만남을 위한 ‘썸남썸녀 매칭 프로그램’, ‘청춘남녀 밴드 운영’, ‘썸타는 동아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업장별 미혼남녀 대상 ‘청춘남녀 어울림 축제’, 유관기관과 연계해 기관장이 직접 결혼매니저로 나서는 ‘추억의 고고(만나고 결혼하고) 이벤트’ 등 직장단위 소그룹 만남 프로그램도 매월 1회 열 계획이다.

지난 12월에 진행했던 ‘썸남썸녀 매칭 프로그램’에서는 20쌍의 남녀 중 7커플이 탄생했다. 이후 BAND(SNS)를 통해 40명 중 38명이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추가적인 커플이 생겨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번 4월에는 달서구에 직장을 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애정촌이라는 이름의 ‘축제’를 연다. 처녀·총각 미팅 축제로 커플게임을 하고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남녀가 애틋한 감정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축제의 목표다.

5월과 9월엔 ‘썸남썸녀 만남, 지금 달서는 연애중’이라는 주제의 행사를 연다. 20~50대 달서구에 주소를 둔 처녀·총각을 대상으로 한 구청 주관 ‘합동 소개팅’이다. 대학교에서 과별로 하던 ‘과팅’과 비슷한 ‘직팅’(직장인 단체 미팅)으로 볼 수 있다.

‘만나고 결혼하고’(고고이벤트) 행사도 한 달에 한번 이상 연다. 처녀·총각,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데이트 방법, 소개팅 잘하는 법, 남녀 간 예절, 결혼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는 ‘결혼전략 설명회’도 두 달에 한번 이상 진행한다.

김순자 결혼장려팀장은 “처녀·총각이 만났을 때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대감 형성이 더 쉽도록 다음 미팅부터는 나이 차이를 5살 이내로 좁혀서 소개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 연애, 결혼은 미묘하다

결혼장려팀은 한 가지 곤란한 점을 표현했다. 연인이 된 커플의 수를 측정하기 미묘한 것. ‘썸을 타는’ 두 남녀가 연인이 됐는지 판단하기 애매해 수를 집계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혼장려팀 관계자는 “미팅이 끝난 뒤 BAND 등 지속적인 ‘만남의 장’을 만들어두니 개인적인 연락이 많이 오가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런 경우 연인이 됐는지 단순히 ‘썸’만 탄 건지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결혼장려팀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이렇게 연인이 된 커플에게는 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작은 결혼식’의 우선권을 주는 등, 커플이 구청으로 먼저 말을 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한편 결혼장려팀에서는 공공기관들과의 MOU채결도 구상중에 있다. 달서구 내 소방서, 경찰서 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팅’을 주선하는 사업으로 주민들과 구내 공무원들의 반응이 좋아 공공기관 내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올해 사업 계획들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되도록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가족 형성의 소중함과 결혼 친화 문화 확산을 위해 늘 열려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달서구청 결혼장려팀

김성우 기자 raphael@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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