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인터넷쇼핑몰에서 에어컨을 구입한 A씨는 설치 당일 설치기사에게 위험수당과 난타공비, 실리콘 작업비 등 8만원 지급했다. 이후 기사는 이미 타공돼 있던 부분을 이용해 설치했다. 또 A씨가 홈페이지에 확인한 결과 실리콘 작업비가 추가설치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 추가설치비 중 총 3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부 당했다.

본격적으로 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설치 및 A/S 관련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한국소비자원(원장 한견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에어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44건 접수됐다. 특히 지난 2014년 107건이던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해 210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년 대비 65.4%(83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피해유형별로는 냉방불량·작동오류 등 ‘품질·A/S’ 관련이 215건(48.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설치미흡에 따른 누수, 시설물 파손 및 설치비용 과다 청구 등 ‘설치’ 관련 127건(28.6%), ‘계약’ 관련 86건(19.4%) 등의 순이었다.

특히 ‘냉방불량’ 및 ‘설치미흡’에 따른 피해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2015년 여름 에어컨을 구입한 B씨는 당해 여름 설치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아랫집 베란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자 배수 호스와 매립배관 연결부분이 빠져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B씨는 “판매업체에 보상처리를 요구하자 에어컨을 설치했던 개인사업자에게 아래층 도배를 해주도록 전달했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도배를 해주지 않아 아래층과 사이만 나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에어컨 구입 시 설치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형마트·전문판매점 등 ‘일반판매’를 통한 거래에서 피해구제가 274건(61.7%)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전자상거래(107건, 24.1%), 전단지(16건, 3.6%), TV홈쇼핑(13건, 2.9%), 소셜커머스(8건, 1.8%)와 같은 ‘통신판매’가 144건(32.4%), ‘방문판매’ 8건(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치’ 관련 피해(127건)의 52.8%(67건)가 전자상거래 등 ‘통신판매’를 통한 비대면 거래였고, 그 중 ‘설치비용 과다 청구(28건)’의 85.7%(24건)가 전자상거래로 구입 후 사이트에 고지된 내용과 다르게 설치비가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경우 에어컨 판매 시 ‘설치 관련 타공 시 발생할 수 있는 배수관, 전기파손 등은 판매처 및 방문기사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고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에어컨 구입 시 계약조건(설치비용, 추가비용 발생 여부, 설치하자 발생 시 보상 범위, 이전설치 비용 등)을 꼼꼼히 확인할 것 ▶에어컨 설치 시 설치기사와 사전에 설치 장소·방법 등을 충분히 상의할 것 ▶에어컨 설치 후에는 즉시 가동해 정상작동 되는지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자가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김민정 기자  mj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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