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손님들이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다. 이 곳에서는 편의점에서 1천200원에 파는 롯데 빠삐코를 500원에 판다. 한상갑 기자

언택트(untact) 소비 확산,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여파로 주유소, 마트, 주차장 등지에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이마트는 전국 점포의 78% 수준인 약 110개 매장에서 700여 대의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서울에 무인계산대 16대를 처음 도입한 후 2년 반 만에 40배 이상 급증했다.
롯데마트도 2017년 양평점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20개 점포 중 50곳에서 512대의 무인 계산대를 활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비대면 시대를 이끌 첨단 플랫폼으로서 무인 운영이 가능한 편의점인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점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화를 통해 편의점의 본질적 가치인 24시간 운영을 지키고,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도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22일 낮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동네 슈퍼마켓을 9월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직원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계산과 결제 등을 처리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로, 시범 점포로 선정된 동네 슈퍼에는 스마트 게이트, 무인 계산대, 보안 시스템 등의 도입을 지원한다.

무인점포에는 현금, 카드 등 결제 시스템이 완비돼 큰 어려움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입장에서 결제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진행...주변 점포와 마찰도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직접 가보니=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 상가. 지난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섰다.
45㎡ 면적의 가게 안엔 아이스크림 냉장고 몇 대와 무인 결제 시스템, 폐쇄회로TV 몇 대가 전부였다. 가격은 최대 9,800(아이스크림통)부터 400원(막대 아이스크림)까지. 인건비가 들지 않는 이 가게에서는 편의점에서 1천200원에 파는 롯데 빠삐코를 500원에 팔고 있었다.
주인이 없이 운영이 가능할까 걱정을 했는데, 실내에서 구매방법을 안내하는 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와 구매에 어려움은 없었다. 물건을 고른 후 아이스크림 바구니를 셀프계산대에 올리고 바코드를 찍고 카드결제를 하니 바로 계산이 끝났다. 계산대 컴퓨터 화면엔 ▷상품준비 ▷바코드 스캔 ▷지폐 및 현금 결제 ▷영수증 출력 방법에 이르는 결제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있었다.
이런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가 대구 지역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응응스크르’ 관계자는 “작년 3월에 영업을 시작한 후 1년여 만에 전국 점포 수를 400개로 늘렸다”며 “다른 업체까지 계산하면 이런 무인점포가 전국에 약 2,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무인점포 등장에 지역 유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셀프 주유소와 함께 세탁소, 코인노래방, 숙박업소, 주차장 등에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무인점포 확산으로 편의점, 슈퍼마켓 등 지역 자영업자들은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근처의 한 편의점 점주는 "가격 정찰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가격을 싸게 해서 팔 수 있는데 편의점은 점주들이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낮출 수도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문(58) 대구환경운동연합 편집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창업주들이 인건비 걱정 없는 무인형 점포를 선호하고 있고, 성수기인 여름에만 잠깐 설치하고 매장을 빼도 큰 손해가 없다는 점, 창업자의 특별한 경영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무인점포의 확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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