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이공대 컴퓨터정보과 문상호 교수가 강의실에서 일본 IT계열 취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우리나라 3D업종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매년 2만여 명 씩 ‘수입’되듯 일본 IT업계엔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매년 수천 개씩 생기고 있습니다. 현장 실무능력과 일본어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다면 선진국 해외 취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일 강의실에서 만난 영남이공대 컴퓨터정보과 문상호 교수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눈을 해외로 돌리면 얼마든지 국제 IT전문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남이공대가 해외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전문대학 육성사업(WCC, World Class College)에 선정되면서부터. 이렇게 첫 삽을 뜬 해외 취업은 2016년 청해진대학사업에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게 된다. 청해진대학은 ‘해외산업체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대학 학생의 해외취업을 도모하는 사업’을 말한다.
영남이공대는 현재까지 98명이 일본 IT, 기계관련 업종에 취업했으며 올 초 취업에 합격한 취업자 30명은 코로나19로 발급이 중단된 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영남이공대 일본 IT취업반은 컴퓨터정보과 3학년을 대상으로 프로젝트식 교육을 진행한다. 이 반은 3학년 학생 중 학업성취도가 높고 취업 의지가 강한 소수정예 학생들로 구성된다.
문 교수는 ‘일본 IT취업반이 매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체계적인 교육커리큘럼과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 교수진·재학생의 열정 등 3박자가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반은 ‘프로젝트식’ 집중수업을 진행합니다. 일본의 IT업무는 대부분 프로젝트식으로 진행되는데 우리 수업은 바로 일본 현지에서 요구하는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미리 학습함으로써 업무 적응이 뛰어 납니다.”

일본 IT기업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영남이공대 제공

문 교수가 전공, 실무교육 못지않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일본어 학습능력. 커리큘럼은 단순 회화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의 전통, 생활 에티켓, 직장 문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전공 수업을 마치고, 오후 7시부터 4시간 동안 일본인 강사로부터 특별 어학강의를 수강한다.
“여름·겨울 방학에는 일본 현지 어학연수 및 기업 현장 방문을 합니다. 이를 통해 현지 적응력을 키우고 취업 이후의 생활환경을 미리 파악하는 거죠.”
영남이공대의 취업 성공엔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호황도 크게 작용했다. 현재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은 97%로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깝다. 이런 호황 속에서 일본은 아나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세기적 변화에 둔감했다.
2016년 6월 경제산업성은 'IT 인재의 최신 동향'을 발표했는데, 당시 일본의 IT 인력은 17만 명 넘게 부족했다. 2030년에는 부족인력이 79만 명을 넘을 전망이라고 한다.
“전체 산업에서 일본은 한국에 앞서 있지만 IT부문에서는 한국이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컴퓨터 업계는 소포트웨어 인력이 부족한데 바로 우리는 이점에 맞춰 일찍부터 맞춤식 준비를 해왔습니다.”
최근 영남이공대는 일본 IT취업 지원을 위한 ‘일본IT 취업 캠프’를 진행했다. 이 캠프에선 일본 IT기업 소개, 맞춤형 입사서류 준비, 일본어 이력서 작성, 온라인 화상 모의 면접법에 대한 실전 노하우를 전수한다.
캠프에 참석한 배민혁(컴퓨터정보과, 3학년) 군은 "1학년 때부터 일본 IT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9월에 있는 일본 IT기업과의 화상면접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월 초에는 일본 ‘타운 시스템’(Town System)회사와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IT취업반 학생들과 일본 도쿄에 있는‘타운 시스템’ 본사 직원이 온라인으로 회사 소개 및 취업 정보를 발표하고 학생들과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업설명회에는 이 회사에 입사한 선배들이 함께해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
문 교수는 “올해 일본에 취업하기로 한 17명이 비자를 받지 못해 한명도 출국하지 못했다”며 “빨리 팬데믹이 종식돼 대구의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글로벌 엔지니어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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