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선비골전통시장’ ‘문화시장’으로 따로 떨어져 있던 시장은 2016년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되면서 ‘영주 365시장’으로 통합 되었다.

옛날 도시 발전을 앞당기는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 중 하나는 철도 노선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전통시대 철도야말로 교통, 물류, 상공업은 물론 도시발전을 이끄는 최고 수단이었다.
경북 북부에 위치한 영주시가 한때 인구 17만 중견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선과 영동선이라는 두 철도를 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영주 교통, 유통의 중심은 영주역이었다. 1940년대 영주역 일대에 유동인구가 늘며 선비골 전통시장이 생겼다. 동네시장으로 운영되던 시장은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되면서 경북 북부 핵심 상권으로 날개를 달게 되었다. 강원도의 해산물, 지하자원과 영주의 농산품, 공산품이 영주역에서 대규모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영동선 개통과 함께 수산물 교역으로 번성하던 시장은 1973년 영주 역사 이전 후 ‘골목시장’을 형성했다. 골목시장은  ‘영주의 부엌’으로 알려지며 반찬가게를 중심으로 도심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비골전통시장’ ‘문화시장’으로 따로 떨어져 있던 시장은 2016년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되면서 ‘영주 365시장’으로 통합 되었다.

◆1955년 영동선 개통 이후 오일장 활성화=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365’라는 시장의 이름이다. 언뜻 보면 1년 365일 연중 시민과 함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네이밍의 발상은 영주가 북위 36.5도에 위치한데서 기인한다. 어쨌든 1년 365일, 체온 36.5도, 북위 36.5의 세 수치는 묘하게 얽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시장의 캐릭터는 문어대감과 형돌이(영주 한우)다.  문어가 영주 시장 브랜드로 부상한 과정이 재미있다. 상인회 권용락 회장은 “1955년 영동선 개통과 함께 영주가 동해와 연결되고 문어 등 해산물이 들어오면서 영주의 식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열차 개통으로 동해의 해산물, 수산물이 3시간 만에 직송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영주에서 생선은 염장(鹽藏), 젓갈, 건포 등 저장 어류가 대부분 이었지만 철도 개통이후 선어(鮮魚)는 물론 회까지 내륙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수많은 해산물 중 문어가 영주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바로 문어 숙성 비밀 때문이다. 즉 동해 참문어가 강릉에서 출발해 영주에 도착할 때 쯤 최적의 숙성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또 이름에 ‘글월 문’(文)을 포함하고 있고, 문어의 먹물이 문방사우와도 통해 선비도시 영주와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인기의 원인이다.

◆‘영주의 부엌’ 별명처럼 많은 맛집 성업=선비골전통시장에서 연결되는 골목시장엔 약 80여 점포가 성업 중이다. 특히 반찬가게가 많은데 이는 1인가구, 핵가족 시대 라이프 스타일과 도심 주부들의 생활편의에 맞춘 전략이다. 또 1940년대부터 골목시장이 ‘영주의 주방’으로 불리며 반찬, 간식과 제사, 고사 음식이 발달해온 전통이 이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선비골 전통시장과 한 블럭 거리에 있는 ‘문화의거리’는 젊은층을 위한 상업, 문화공간이다. 카페, 브랜드 의류, 술집이 거리를 이뤄 성업하고 있다.
영주 365시장에서 가장 ‘핫’ 한 집은 ‘랜떡’이라고 부르는 ‘랜드로바 떡볶이집’이다. 30년 전통을 이어온 이 집은 가게 옆에 랜드로바 신발집이 있었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김상권대표는 "특별한 비법은 없고 재료도 굵은 가래떡, 어묵, 양배추, 당면만 쓴다"고 말한다.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영주에 오면 ‘엄마 밥은 건너뛰어도 랜떡은 첫날 꼭 먹어 줘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독성을 자랑한다.
영주 365시장의 또 하나의 명물은 순대골목. 점포수가 많진 않지만 순대, 곰탕집, 돼지국밥이 골목을 이루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한국형 소시지’로 불리는 순대는 우리 민족의 오랜 먹거리로 사랑을 받아 왔다. 조선시대 전통 요리서인 ‘음식디미방’ ‘시의전서’(是議全書에도 레시피가 등장한다고 한다. 영주 순대엔 부추, 당근, 당면, 돼지피 등 10여 가지 소가 들어간다. 골목에 ‘수제순대 본가’로 불리는 ‘동양순대집’이 70년 가까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돼지국밥, 곱창전골도 함께 취급하며 메인 메뉴를 시키면 머릿고기, 내장이 서비스로 나온다.

영주 365시장의 명물 ‘랜드로바 떡볶이집’.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영주에 오면 엄마 밥은 건너뛰어도 랜떡은 첫날 꼭 먹어 줘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독성을 자랑한다.

◆중앙선 복선화, 영주 전통시장 발전 계기로=‘365일, 사람의 온기(36.5)로 가득한 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발전해온 영주 365시장은 2016년 전국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차지하며 문화관광형시장에 지정되었다. 상인회는 당시 확보한 예산으로 꾸러미상품 개발, 포차거리 조성, 시장 축제 등 사업에 투자했다.
또 2018년엔 ‘팔도장터관광열차’ 사업에 선정돼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코레일은 월 1회 수도권과 영주를 왕복하는 전용열차를 운행하는데, 관광객들은 부석사, 무섬마을, 소수서원, 선비촌 등 관광지를 둘러본 후 영주 365시장에서 장보기와 식사를 할 수 있다.
권용락 회장은 “코레일이 관광열차 프로그램을 짤 때 관광지 위주로 코스가 짜여진다”며 “이름(팔도장터관광열차)처럼 관광지와 장터가 상생하는 코스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철도와 관련하여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토교통부가 중앙선의 충북 도담-영주-경주 구간을 복선전철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영동선과 중앙선 유치로 도시의 기반과 경제 기틀을 마련한 영주시가 다시 한 번 철도, 교통도시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1950년대 영동선 개통이 동해와 내륙을 잇는 ‘단비’였다면, 이번 중앙선복선전철화는 수도권 관광객을 영주로 유입하는 ‘축복의 레일’이 되어 줄 것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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