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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기업] 영천 라바농장 이형훈 대표“현재 지구촌 10억이 기아 상태... 곤충은 인류 미래 식량자원”
영천 라바농장 이형훈 대표가 농장에서 제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영화 ‘설국열차’는 2031년 인류에게 갑자기 도래한 빙하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가 바퀴벌레를 갈아 만든 식용 에너지바(Bar)다. 이 영화는 앞으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식량난에 대비해 결정적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50년 95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식량기구(FAO)에서도 곤충을 미래 식량난 해결의 대안으로 꼽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곤충산업, 지역에서도 한 발 앞서 곤충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영천시 임고면의 영천 라바농장이다.

라바농장은 2016년 굼벵이, 밀웜, 장수풍뎅이 농장을 세우고, 금호에 가공공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형훈 대표를 만나 곤충산업의 미래와 곤충이 가진 다양한 반전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기업 임원서 굼벵이 농장 대표로 변신=이형훈 대표는 곤충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 왔다. 젊은 시절 그는 SK에 입사해 대구경북지역 SK 견인차사업을 지휘했다. 한때 SK대구경북 본부장까지 올랐던 그가 곤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인이 암 선고를 받으면서 부터.

암 진단 이후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는 부인을 보고 백방으로 치료제를 찾아 뛰어다녔다.

그 과정에서 굼벵이가 간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국 농장을 다니던 중 굼벵이 약효와 상업성에 눈 뜬 이 대표는 영천 임고면에 농장을 세우고 곤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이 대표, 처음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경북대(상주)와 영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와 영천지역 몇몇 농가는 6개월간 굼벵이, 밀웜, 장수풍뎅이 양식기술을 전수받았다.

또 농촌진흥청과 영천시는 굼벵이 곤충사업을 ‘식용곤충사업 소득화 모델사업’으로 지정하며 농장 시설 지원에 나섰다. 덕분에 이 대표는 농장, 체험숙박, 건강식품 생산 공장 라인까지 갖추며 6차 산업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 대체 식량으로 주목=현재 국내 곤충사육농가는 1천여 곳에 이르고 식용곤충 시장은 작년 기준으로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인정하고 있는 식용곤충은 메뚜기, 백강잠누에, 누에번데기, 갈색거저리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 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등 7종이다.

국내에서 식용 곤충이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당시엔 굼벵이나, 지렁이 등 일부 약용으로 한정 되다가 점차 밀웜, 장수풍뎅이, 거저리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식용곤충이 국내에서 상업 잡목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라오스, 타이,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곤충 재배가 활성화되고 있다.

곤충이 미래식량으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우리가 당면한 식량난 때문이다. 현재 인류의 10억 이상이 기아상태에 있고 30년 후엔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 밀·벼 등 농작물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경작지가, 소·양 등 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목초지가 필요하지만 곤충들은 최소한의 공간에 단순한 먹이만 주면 무한증식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누에번데기는 20일 만에 몸무게를 1,000배 늘리고, 아프리카 큰메뚜기는 하루 만에 두 배씩 몸집을 키워 생산 효율면에서는 농작물이나 가축보다 월등히 앞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곤충엔 칼슘, 철, 아연 등 무기질 함량이 높고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이 소의 12배, 양의 4배나 높아 영양 효율성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천 라바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 ‘파워벵이’와 ‘고소애’가 인기 상품이다.

◆곤충 식용에 대한 거부감·판로문제, 해결 과제=현재 영천 라바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남성 기능성 식품인 ‘파워벵이’와 밀웜(갈색거저리) 가공식품인 ‘고소애’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단연 파워벵이다. ‘남성에게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주문량이 늘고 있다. 3령 이상된 꽃무지 유충을 가공해 만든 이 제품은 단백질, 지방, 칼륨, 칼슘이 함유돼 피로 회복과 남성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웜을 동결건조 해 만든 ‘고소애’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소애는 분말 자체로 복용해도 좋지만 음식을 조리할 때 다시다처럼 첨가물로 넣어도 맛과 영양을 향상시킨다.

이 대표는 굼벵이와 밀웜 등 곤충들은 영양 성분이 비슷해 어떤 것을 먹어도 영양, 약용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곤충산업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래산업이라고 하지만 곤충 농가들이 현실에서 접하는 난관들도 많다.

첫째가 ‘곤충을 먹는다’는 일반인들이 심리적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제기된다.

다행히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밀웜, 굼벵이 등 식용 장면을 많이 노출시키고, 거부감을 줄인 다양한 식품들이 개발돼 이런 정서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로 문제도 생산농가들에게 닥친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영천몰’이나 경북도의 ‘사이소’ 등 자치단체 쇼핑몰에서 꾸준히 홍보를 해 주고 있지만 일반인에게 곤충식품은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분야다.

이 대표는 “앞으로 시중에 곤충식당들이 맛집 반열에 오르고, 추석·설 명절선물로 식용곤충 가공품들이 유통될 날을 기대한다”며 미래 소망을 말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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