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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이 점포] 카약은 내 운명 ‘꼬치집카약’ 강호 대표카약 장비, 비품으로 인테리어...메뉴도 계곡에서 먹던 바비큐, 꼬치
강호 대표가 ‘꼬치집카약’에서 카약과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어느 날 강호(48) 씨에게 카약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급류와 포말을 뚫고 힘찬 페달링으로 계곡을 돌파해가노라면 거기 어디쯤에서 파라다이스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기본 장비를 갖추는 데만 수천만 원을 훨씬 넘어서고, 외국에 훈련이라도 가려면 기본 몇 천 만원은 든다.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강호 씨는 ‘선술집’ 이라는 중재안을 생각해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상호도 ‘꼬치집카약’이다.

카약과 선술집, 크게 연관성이 없어보였는 데 막상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포말과 노(櫓)는 없지만 계곡에 물처럼 숱한 사연이 흐르는 그의 선술집을 찾아 가봤다. 

◆취미와 직업사이에서 고민... ‘꼬치집카약’으로 중재안=섬유학을 전공하고 중소기업에서 그런대로 잘 나가던 강호 씨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고된 현장 일에 상사와의 마찰을 겪으며 직장은 그에게 갈등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카약에 입문하게 되었다. 계곡의 급류와 협곡 소용돌이를 질주하면서 강호 씨는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렇게 10년쯤 지나자 그의 카약 실력은 웬만한 프로선수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카약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마침내 사표를 내고 산청, 함양에서 '지리산카약학교'를 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카약이 대중화된 스포츠가 아닌 까닭에 운동으로 생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끔씩 강습은 들어왔지만 강습료는 경비, 수고비 수준이었고 이마저 계절 스포츠라서 수요도 많지 않았다. 일본, 칠레 등 해외 원정팀에 합류도 해봤지만 체류비나 여행 경비 지원이 다였다.

고정된 수입과 안정적 일자리를 위해 그가 찾아간 곳은 한 택배 물류회사.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배달 물품을 분류하는 게 주 업무였다. 한겨울에도 속옷이 흠뻑 젖는 극한 환경 속에서 6년을 꼬박 일했다.

그곳에서 인생의 맨 밑바닥에 사람들과 만났다. 근로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나 사업에 실패하고 주변에 버림받은 실패자들이었다. 그래도 휴일이면 산청 경호강이나 함양 엄천강으로 달려가 카야킹을 하며 시름을 달랬다.

그러나 직장에 구속이 심한 택배 물류일은 안정된 월급은 보장해 주었지만 카약에 대한 꿈을 더 이상 펼칠 수 없었다. 일에서도 자유롭고 언제든지 카약 현장으로 뛰어갈 수 있는 직장 즉 서브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너는 카약을 좋아하니 취미와 직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외식업 쪽으로 나가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불현듯 외국 카약 현장에서 경험했던 꼬치, 바비큐 같은 음식들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선술집’으로 결론이 나면서 몸도 바삐 움직였다. 카약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식당으로 급히 개조했다. 실내 분위기를 위해 카약 비품, 장비들을 그대로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덕분에 7평 선술집을 꾸미는데 인테리어 비용은 1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강호 씨가 칠레에서 카야킹을 하고 있는 모습. 강호 씨 제공

◆14가지 부위 닭꼬치, 남미식 바비큐 요리 인기=술집 전체 콘셉트는 카약이다. 모든 메뉴도 각국 카약투어 중에 경험한 음식들을 골랐다. 코치카약의 대표 메뉴인 꼬치는 일본 훈련, 투어 중 현지에서 맛본 음식을 적용한 것이다.

특히 닭의 14가지 부위(다리, 가슴, 연골, 목살, 똥집, 닭발, 염통 등)를 맛볼 수 있는 ‘모듬 꼬치’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메뉴다. 캠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강원도에서 공수해온 참나무숯으로 직접 굽는다.

칠레 현지에서 감동을 받았던 바비큐도 그가 밀고 있는 메뉴다. 남미 현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조리도 현지식으로 ‘거칠게’ 한다. 이 때문에 손님들은 마치 자연 속 캠핑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주방용품도 현대화된 코팅프라이팬 대신 스칼렛팬(주물팬)을 사용해 은은한 불과 원초적 식감을 강조한다.

식당 전체 분위기는 일본의 선술집을 응용했다. 개별 식탁이 없고 조리자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바(Bar) 구조다. 덕분에 손님도 혼술객들이 많다. 지나가다 한 번씩 다른 손님들이 이곳 분위기에 끌려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곳 식당 특징은 1차에서 3차까지 모두 한 군데서 이루어진다는 점. 처음에 꼬치나 바비큐로 고량주, 정종, 위스키, 소주로 1차를 가볍게 하고, 2차는 국물이 있는 어묵탕, 계란찜 등으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커피나 수제맥주 같은 가벼운 음료나 주류로 입가심을 한다. 특히 수성고량주와 닭꼬치의 조합은 단골들의 '최애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홀에서 만난 한승희(34) 씨는 “여기서는 술을 마셔도 술에는 안 취하고 분위기에만 취하는 곳”이라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들러 꼬치에 맥주 한잔 마셔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카약과 생활을 할 수 있는 서브잡을 어렵게 찾았지만 역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여행, 레저산업의 급속한 위축이다. 여기에 ‘4인 이상 집합금지’까지 겹쳐 식당영업까지 여의치않다. 작년엔 그런대로 점포를 꾸려갔는데 집합 금지 이후 손님은 더욱 줄었다.

그럼에도 지금 강호씨 가슴은 봄바람처럼 일렁인다. 곧 카약 시즌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 오전에 산청, 함양에 가서 강습을 하고 오후에 대구로 달려와 식당 문을 여는 일정을 계속해야 한다. 왕복에 200km 넘는 거리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위한 여정이기에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평일엔 꼬치집카약에서 손님들과 ‘인생 항해’를 하고, 주말엔 계곡에서 ‘실전 항해’를 하는 삶을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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