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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현장] 누구를 위한 주 52시간제인가?‘취지’ 맞지만 규제 겹치며 기업들 생존 위협... 탄력근로제 등 도입돼야
7월 1일부터 50인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을 앞두고 대구 경북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 경제단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 성서산업단지. 디지털경제 DB

과도한 노동을 기반으로 한 경제정책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주 52시간제는 과로로 고통 받는 한국 근로자들의 업무분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OECD 국가는 물론 개도국과 비교해서도 과도하다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에 자료로도 바로 확인된다. 우리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맞춰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지켜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책이 제조업 환경에 비해 너무 앞서 간 비현실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대구경북의 사업장에서는 ‘제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 주물, 금속가공 등 3D업체들 타격=7월 1일부터 50인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2021년부터 50~299명 사업장에 적용된데 이어 이번에 5인 미만을 제외한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구 경북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 경제단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 성서산단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제를 앞두고 요즘 중소기업 대표들의 극도로 예민해 있다”며 “이 이야기를 화제를 올리는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의 전체 사업장 중 5~49인 사업장은 21만944개에 종사자는 96만7,934명에 이른다. 이중 5~9명은 2만2,528곳, 10~19명은 8,069곳, 20~49명은 4,302곳이다.

이중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업종은 주물, 금속가공 등이다. 대표적인 3D 업종인데다 인력 확보가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와 고령 인력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막힌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실행하면 기업 채산성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주 52시간제에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오는 업종도 있다. 업무, 공정 특성상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염색업체 들이다.

염색업체 관계자는 “현재 2교대로 공장을 겨우 가동하고 있는데 7월부터는 3교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숙련노동자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중소기업회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은 국가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자 엔진” 이라며 “미래먹거리산업인 제조업체에 대한 생존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은 업종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거나 탄력근로제 등 다양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구미산단. 디지털경제 DB

◆구미산단, 포항철강공단 대책마련 고민=경북의 대표 제조업 단지인 구미산단과 포항철강공단도 주 52시간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동업체 1천973개사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1,755 개에 이르는 구미 지역 제조업체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

구미상의 관계자는 “구미산단은 주물, 사출금형, 정밀가공 등 뿌리산업의 중심지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2~3교대제 개편이 불가피한데 근로자들의 취업 기피로 인력수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 화학업체의 관계자도 “구미산단의 주력업종인 화학, 첨단소재 플랜트산업은 공정 상 24시간가동 체제로 운영된다”며 “시간 외 근무나 야근, 잔업 같은 보안 장치나 유보조항이 없다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입주업체 278곳 중 절반이 50인 미만 사업장인 포항철강공단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포항철강공단 내 한 업체 대표는 “갑자기 주문이 들어올 때 야근을 하면 회사도 매출이 늘고 근로자도 급여가 많아져 모두 만족 한다”며 “정부가 근무시간을 강제해 왜 이런 불편을 초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철강공단은 항상 임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전에는 일감이 늘면 잔업을 통해 월 종업원 1인당 40만~50만원 수당을 주면 해결이 되었지만 이젠 초과근무가 불가해 종업원 1인을 더 뽑아야 한다. 4대 보험에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연 2,7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주 52시간제로 ‘저녁이 있는 삶’은 찾았지만 근무 시간이 줄어 든 만큼 지갑도 얇아져 근로자들도 불만이다.

구미 한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는 “주 52시간제 이후 월급이 50만~200만 원 정도 줄었다”며 “아직은 아이들 때문에 학원비 등 고정비가 더 필요한데 월급봉투가 얇아져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해 제조업 육성에 한창이다. 미국, 중국은 이미 제조업 패권 전쟁에 뛰어들었고, 유럽·일본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신 제조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

경제인들은 “이번 주 52시간제는 기업의 생존은 물론, 국가경쟁력이 달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업종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거나 탄력근로제 등 다양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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