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본교 연극영화과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역량을 갖춘 우수한 배우를 많이 배출해 한국 최고 공연예술학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경산 대경대학교(총장 이채영) 연극영화과는 올해로 학과개설 24주년을 맞았다. 1997년 IMF 사태로 한국 경제 근간이 뿌리부터 흔들릴 때 공연예술학과의 개설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당장 취업이나 실용학과 하나가 절실한 시절에 문화공연 분야로의 진출은 학내외에서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경대 연극영화과는 초기 우려와 걱정과 달리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지역 공연예술 문화의 거점으로 우뚝 섰다. 대구경북 연극계에 대경대 출신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 국·공립 단원·스태프의 60%가 이곳 졸업생이다.

이제 대경대는 남양주에 ‘한류 캠퍼스-예체능계열’을 설립하면서 중앙무대 진출은 물론 한류 문화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1997년 학과개설 원년 멤버로 참여해 그동안 과(科)를 이끌어 온 김건표 교수를 만나 대경대 연극영화과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8년 9월 남양주캠퍼스가 개교했다, 어떤 의미를 지니나.

▶현재 대부분 공연·문화의 흐름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규모 문화예술단체, 시설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취업이나 공연예술계 진출에도 수도권 출신이 유리하다. 남양주캠퍼스에서는 배우, 모델, 뮤지컬, K-팝 등 한류 문화·예술인력을 전문적으로 육성한다. 유명 스타·교수진들이 일대일로 집중관리를 하고, 대형기획사 트레이너·교수진들과 함께 실기·현장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경산의 본교와 남양주의 전공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지도교수의 평가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자유롭게 교차 수업이 가능하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와 진출 분야는?

▶‘대구경북 최초 연극영화과’ 타이틀 배경으로 많은 동문이 공연·문화예술계에 진출했다. 졸업생들은 연극계를 비롯 방송·영화 및 문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예술강사나 연극교사, 연출가, 프로듀서, 개그맨, MC 등 영역으로 진출도 가능하다. 대구경북의 극단이나 서울 대학로에서도 본교 졸업생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의 국·공립극단의 배우·스태프 중 절반 이상이 대경대 출신일 정도다.

2017년 '밀양''거창' 연극제에서 5관왕을 차지 한 대경대 연극영화과 학생들. 대경대 제공

-대경대 출신 극단 전문가 연예인들은 누가 있나.

▶매직 아티스트 구본진, ‘웃찾사’에 출연했던 개그맨 김동욱, 래퍼 미첼이 본교 출신이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 중엔 대구시립극단에 황승일, 김효숙, 김은환 단원이 있다. 대구KBS 방송인 표나리씨, 극단 ‘백치들’ 안민열 대표도 여기 출신이다. 영화 ‘색즉시공2’ 등 30여편 영화에 출연했던 신이(장승희), 72편 영화· 드라마에 출연한 김동수(1970년생), 2017년 S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은 동하(본명 김성규), 2020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 안보현 씨도 대경대 졸업생이다.

-이론과 실기가 균형을 이룬 교수진들로 유명한데.

▶본교 교수진은 연극, 방송, 영화, 영상, 공연예술 분야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포진해 있다. 학과개설 당시부터 공연 실무와 이론·실기 분야에 각계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학과 초기에 탤런트 유동근 씨가 학과 지명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공연 연기·이론 쪽에서는 KBS 보도국장, 포항시립연극단장을 역임한 김삼일 교수, 한국희곡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영무 교수, 파리국립 8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김은정 교수가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공연 실기 분야에서는 극단 초이스씨어터 안희철 대표,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광보, 드라마 ‘임진왜란 1592’와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출연한 박동하(박채봉) 교수가 활약하고 있다.

-교육실습 환경이 웬만한 대학로 극단보다 낫다고 들었다.

▶대경대는 자체 3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1층 메인홀급 규모다. 80석 규모의 소극장 ‘판 아트홀’과 4개의 플로어실, 방송스튜디오도 완비하고 있다. 이런 시설을 기반으로 ‘명품 연극열전’ ‘청춘 연극열전’ ‘오름연극제’ ‘중암연극제’ 등 대내외 연극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중암연극제’는 본교 재학생들은 물론 경산, 영천, 대구 시민들도 찾아올 정도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재학 중 학생들은 다양한 실무, 창작 수업을 받는다는데.

▶대경대에서는 1년에 30여 편 정도 캠퍼스 연극제를 연다. 행사가 많다는 것은 학생들의 작품 참여 기회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모두 16편의 연극 작품 제작에 참여한다.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고 무대 세트 제작, 조명부터 연출까지 모든 과정이 망라된다. 이 과정에서 연극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각자 연출, 극작, 연기 분야를 두루 경험해보고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찾아간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연습 모습. 대경대 제공

-연극, 영화 외에도 학생들은 다른 분야로 진출이 가능한가.

▶연극, 영화배우, 탤런트는 물론 개그맨, MC, 리포터 등 분야도 학생들 선호도가 높다. 문화예술사, 연극교육지도사, 연기교육지도사 자격증을 딴 후 초중고교 특기적성 실기교사, 청소년 연극지도사 쪽으로 진로를 잡기도 한다. 적성에 따라 대본작가, 조명 및 무대디자이너 등 스태프 분야로도 많이 진출한다.

-학생들의 대내외 수상실적은 어느 정도인가?

▶대경대에서는 해마다 ‘젊은 연극제’ ‘밀양 연극제’ ‘거창연극제 H-스타’ 등에 출전해 많은 수상 실적을 쌓았다. 전국 연극영화과 대학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는 대학연극대회에서 해마다 대상, 우수상 등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5년엔 각종 대회에서 7관왕을 석권하며 본교의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학과 발전을 위한 앞으로 계획은?

▶1997년 학과를 개설할 당시 연기자를 양성하는 학과가 설립된다는 데 대해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다. 공연예술을 대하는 지역 내 분위기도 보수적이었고, 학과 성공 여부도 불투명했다. 이제 각계에 진출한 졸업생들이 자리를 잡고, 중견배우로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앞으로 대경대 연극영화과가 ‘공연예술 사관학교’의 본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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