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부터 반야월은 대구와 영천, 하양, 경산을 연결하는 대구 동부권 상권의 요충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사진은 반야월시장 내부 모습.  대구시 동구청 제공

반야월은 조선 후기부터 대구와 영천, 하양, 경산을 연결하는 대구 동부 상권의 요충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근대 이후 불로시장, 김천, 영천, 하양장과 함께 경북도 5대 오일장으로 불릴 만큼 상권의 규모도 상당했다.

전통시대 반야월 장날(1, 6일)엔 인근 보부상, 행상들이 토기, 철물, 직물, 어염(漁鹽), 연초를 메고와 부려 놓으면 서문시장, 칠성시장에서 온 장꾼들이 이 짐들을 받아갔다고 한다.

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대구 상권이 급성장했고 이때부터 불로시장, 반야월시장은 대구와 영천, 경산의 상권을 연결하는 중요 거점으로 부상했다.

한말 이후 성장세가 주춤했던 반야월의 상권은 1917년 대구-하양간 협궤 철로가 놓이면서 또 한 번 교통, 유통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다.

다시 100년이 지난 지금 반야월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협궤열차가 굉음을 내며 달리던 자리는 도시철도(1호선)로 대체되었고, 나무꾼들이 땔감과 연초를 해나르던 벌판엔 대단위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그런가하면 매 1, 6일에는 전통 5일장이 열린다. 

도시와 농촌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대구 반야월시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구와 경산, 영천 상권 연결하던 유통 거점=‘반야월’ 이라는 지명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신라 말. 고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공산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다.

‘반달이 왕권의 도주로를 비춰주었다’고 해서 이 지명을 얻었다고 하는데 재밌는 것은 대구에서 ‘반야월’이라는 행정구역도 법정 동명(洞名)도 없다는 사실.

굳이 비정을 하자면 율하, 신기, 안심, 신서동 일대가 해당되는데 주민들은 동네 이름을 뺏어간(?) 이 지명에 대해 아무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친근감을 표시한다.

이 낭만적인 지명에 상업화 바람이 분 것은 조선후기부터였다. 임진왜란 이후 대구엔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물산 집결도시로 급부상한다.

이때 대구는 영천, 경산, 하양 등과 광역 장시망(場市網)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당시 반야월은 불로시장, 해안장과 함께 대구 동쪽의 유통 주요 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대구선의 중심 반야월역엔 1960년 역에 화물전용 홈이 개설되었고, 1971년에는 안심산업단지의 석탄 저장·수송역이 되었다. 이 기간 반야월시장도 전성기를 맞았다. 동구청 제공

이렇게 19세기 중반까지 대구 지역의 기반 상권을 이루었던 반야월시장은 1917년 대구-하양 간 협궤선로가 놓이면서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만난다. 당시 반야월역은 주민들의 통근, 통학로로 붐볐고 화물 수송을 위한 화물차, 수레, 마차가 빈번히 드나들었다.

1938년에 대구-영천 간(38.4 km) 대구선이 건립되며 반야월역은 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천, 포항으로 가는 시외버스 임시정류소도 역 앞에 있었다고 한다.

반야월역은 해방 이후 본격 전성기를 맞게 된다. 1960년 역에 화물전용 홈이 개설되었고, 1971년에는 안심산업단지의 석탄 저장·수송역이 되었다.

이 기간 반야월시장도 전성기를 맞았다. 유동인구가 급증한 데다 시장 주변에도 화물, 상인, 물자들이 집중되었다. 당시 장날에는 밀려드는 장꾼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고 한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 부침(浮沈)이 있듯 인파와 화물로 붐볐던 대구선도 이 운명을 피해 가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었고, 도로망이 확충돼 철도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선은 1997년부터 이설 공사가 시작되었고 2005년 반야월-청천 구간이 폐쇄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454개 점포에 각종 생필품 잘 갖춰져=1991년 들어선 반야월종합시장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초창기에는 옛 대구선 반야월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가 안심 주공아파트, 안심 모란아파트들이 들어서며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1984년부터 시작된 안심지구 택지개발사업이 마무리 되고 주민들이 입주할 무렵 시장 필요성이 제기되자 반야월시장이 조성됐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반야월시장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발생한 일종의 행정 시장의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숙자 씨는 “현재 반야월종합시장은 상가 건물형 시장에 454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며 “시장 내 의류, 공구, 식당가부터 생선, 식품 등 각종 생필품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한다.

반야월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1, 6일마다 열리는 전통 5일장. 대도시의 부도심에서 전통 5일장이 열리는 것에 대해 의아해할 수 있지만 안심 지역이 갖는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해가 된다.

즉, ▶안심지역이 옛 반야월역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 주민들이 5일장 정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 ▶한말 대구와 영천, 하양, 경산을 연결하던 옛 전통시장의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 ▶주변에 주차 공간이 넉넉해 각지에서 온 상인들이 큰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이다.

반야월시장의 유명한 맛집인 기와집 식당의 석쇠구이. 한상갑 기자

이 덕에 이 일대 주민들은 장날이면 5일장과 만나는 ‘호사’를 경험 한다.

시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반야월시장에서는 주변 농가에서 바로 수확한 마늘, 부추, 파, 양파, 사과, 감 등이 바로 장터로 나오고, 해산물도 산지에서 바로 올라와 가장 싱싱한 것들이 거래된다”고 말한다.

또 시장엔 기와집식당(석쇠구이), 일출회수산( 회 무한리필), 부부식당(선지국밥) 등 맛집들이 포진해있어 맛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 나온 한 주부도 “요즘 아이들은 5일장 체험을 위해 일부러 원정을 가는데 마을에서 전통 장날이 매주 펼쳐지니 아이들도 너무 좋아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대형 할인점, 온라인 쇼핑, 비대면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반야월 시장의 이런 ‘유쾌한 반란’은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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