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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듬뿍 추억 가득, 대구 전통시장] 용산동 용산종합큰시장50사단 떠난 자리 신도시 들어서며 생필품 공급지로 장터 열어
용산종합큰시장 상가 건물 모습. 한상갑 기자

달서구 용산동은 필자와 인연이 깊은 동네다. 필자가 대학 1학년 때(1983년) 병영훈련을 위해 처음 찾으며 인연을 맺었다.

당시엔 감삼네거리를 지나면 바로 좌우로 전원마을이 펼쳐졌고, 50사단 입구는 2차선 도로 옆으로 아름드리 미루나무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50사단에서의 병영체험은 국방, 안보를 위해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유쾌하지 못했던’ 밀리터리(millitary) 추억과 함께 슬쩍 지나친 용산동과의 인연은 20년 후 다시 이어졌다. 50사단이 칠곡으로 이전하면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필자는 그곳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으며 용산동 주민이 된 것이다.

‘일주일간의 격리’도 이별이라고 두툼한 편지로 배웅해주던 과(科) 여학생들과 송별장소는 현재 성서홈플러스고, 유격 훈련을 받던 돌멩이 밭은 바로 필자가 사는 아파트 자리다. 이만하면 필자와 용산동과 인연은 필연을 넘어 운명에 가깝다고 하겠다.

사담(私談)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오늘 소개할 용산종합큰시장(이하 용산큰시장)의 설립 과정이 모두 이 스토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군부대였던 자리에 마을과 시장이 들어선 이야기를 펼쳐 놓을까 한다.

◆인구 6만 신도시 들어서며 곳곳에 전통시장 설립=1990년대 대구는 인구가 급증하며 시세(市勢)가 팽창하게 된다. 이 당시 도심 주변에 있던 군부대들이 외곽으로 이전한다. 1955년 50사단이 처음 들어왔을 때만해도 용산동 일대는 달성군 외곽에 포함될 정도로 대구 오지였지만, 대구 시세가 팽창하며 변두리로 밀려나게 되었다.

1990년대 대구는 섬유산업, 경공업 발전에 힘입어 인구 240만 명을 웃돌며 인천(180만)을 여유 있게 제낄 정도로 몸집을 자랑할 때였다.

대구시는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성서택지지구 개발을 서두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장기·이곡동에 1만2000여 세대, 이곡·용산동에 1만 6383세대가 들어오게 된다.

성서의 동편에 인구 6만 여 신도시가 탄생한 셈인데, 자치단체는 신도시 주민들의 쇼핑 공간을 위해 곳곳에 전통시장을 설립했다.

이 당시 설립된 시장은 용산·이곡동 일대에 5곳이 넘었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2동에 성서용산시장, 용산1동에 현대용산시장, 그리고 바로 길 건너의 용산큰시장 등이다.

당시 성서굴다리(중부내륙고속도로)를 경계로 서쪽에선 성서용산시장이, 동쪽에서는 현대용산시장과 용산큰시장이 마을 상권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용산1동 일대 상권의 배후는 두말할 것도 없이 50사단이 떠난 자리에 들어섰던 대단지 아파트들이었다. 반경 500m내에만 해도 용산파크타운, 용산현대우방, 용산블루빌, 용산청구타운, 용산보성타운 등 열 곳이 넘는다.

성서용산시장이 이곡동 주민들의 ‘부엌’으로 자리 잡았다면, 현대용산시장, 용산큰시장은 용산동 주민들의 ‘주방’으로 일찌감치 뿌리를 내렸다. 당시 시장들의 점포 구성을 보면 대부분 수산물, 야채, 과일, 반찬가게, 떡집, 분식 등으로 철저하게 주민들 실생활 밀착형으로 특화했음을 알 수 있다.

 

◆용산큰시장, 압도적 상권의 현대용산시장 제껴=사실 용산1동엔 전통시장이 세 곳이 있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배후로 둔 현대용산시장과 길 건너 주택단지를 배후로 둔 용산큰시장이, 또 근처에 용산종합상가가 3파전을 벌이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현대용산시장이 압도적 우세였다. 열 곳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상권으로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해 용산큰시장은 용산동과 죽전동의 주택가를 배후로 하고 있어 상권에서 크게 열세였다. 현대용산시장은 위치도 좋아서 막강한 상권을 기반으로 다른 두 곳을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 지역 상권은 어떻게 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규모 주택단지를 끼고 있던 용산큰시장이 대단지를 끼고 있던 현대용산시장에 압승을 거두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대용산시장이 압도적 상권에 취해 자기 발전 노력을 게을리할 때, 용산큰시장은 열심히 주택가 어르신들의 니즈(needs)를 시장에 반영했다. 현대용산시장이 젊은층 지갑에 한눈을 팔며 술집, 유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 때, 용산큰시장은 주민들의 반찬, 식탁, 생필품에 집중하면서 상권을 다졌던 것이다.

현재 용산현대시장의 전통시장 기능은 거의 마비되었고 횟집, 분식집, 세탁·수선집들만 남아 상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용산종합큰시장 내부 모습. 대구교통공사 제공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선정 5억3000만원 지원=50사단 기억은 가끔씩 필자의 기억을 노크한다. 어쩌다 베란다에 서면 창문 너머로 40년 전 추억이 오버랩 된다. 모포에 의지해 졸린 눈을 비비던 내무반엔 현재 롯데캐슬그랜드가 들어서 있고, 현재 장산초교, 성서중학교 일대는 조교들의 호령 소리가 울려 퍼지던 연병장, 유격장이었다. 그 자리들은 이제 ‘민간영역’으로 넘어와 아파트와 전통시장들이 들어섰다.

40년 가까이 지역 상권을 일구며 서민들의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은 용산큰시장에 최근 큰 ‘선물’이 답지했다.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5억3000만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비가림 시설이 부족해 비만 오면 물이 새던 천장은 아케이드로 새단장을 하게 된다. 또 실내엔 전기, 소방, 가스시설이 새로 정비 돼 쾌적한 쇼핑 공간으로 거듭난다.

그간 지역 주민들의 의식주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시장을 꾸려온 상인들에게 작은 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작은 시장들이 열악한 상권, 누추한 주변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큰 시장들을 넘어서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용산큰시장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arira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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