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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완화로 후퇴하는 환경정책

“정부 정책 믿고 공장 만들어 사업한 것이 너무 후회됩니다.”

얼마 전 만난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으로 공장 문을 닫게 된 종이 빨대 제조회사 대표의 말이다.

환경부는 지난 7일 규제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일회용품 품목별 규제를 풀었다. 이는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고,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 하지만, 분명히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 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다.

<MBC뉴스 보도자료>

<YTN뉴스 보도자료>

[일회용품 규제 관련 주요 일지]   - 연합뉴스. 원형민∙김은영 기자 20231107

2003년 1월 1일

테이크아웃∙페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 반출 시 각각 50원과 100원의 처리비용 내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실시

2008년 3월 20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폐지

2018년 8월 2일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2019년 4월 1일

전국 대형마트∙백화점∙복합상점가(쇼핑몰)∙슈퍼마켓(매장크기 165m2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2020년 2월 5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자체별 재량으로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한시적 허용

2022년 4월 1일

식품접객업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재금지

(풀라스틱컵, 일회용 접시∙용기, 나무젓가락, 일회용 수저∙포크, 비닐식탁보 등)

11월 24일

일회용품 사용 규제품목 추가

(식품접객업 내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체육시설 합성수지 응원용품, 대규모 점포 우산비닐, 편의점 등 종합 소매업체∙제과점 비닐봉지 등)

12월 2일

세종∙제주 일회용품 보증금 제도 부활(300원)

2023년 11월 7일

식품접객업 내 종이컵 사용 규제 폐지

식품접객업 내 플락스틱 빨대 및 편의점 등 종합 소매업체∙제과점 비닐봉지 등 사용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

우리나라 일회용품 줄이기 계획은 2003년 처음 도입이 되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필자는 2019년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환경보호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플라스틱 빨대 대신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고 있지만 필요 시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불편함이 아닌 당연함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기는 것 같아 허탈하다. 2022년 환경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7.7%가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8월 국민권익위 설문조사에서도 ‘일회용품 사용규제 강화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이렇듯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는 국민의 인식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70만 3천여 톤의 일회용품이 버려진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3년 3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1년(2020년)간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양을 19㎏로 추산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1인당 연간 1.4㎏(102개)씩 쓰는 것으로 추정했다. 버려지는 일회용품 49%가 종이컵 등 폐종이류고, 41%는 플라스틱 컵을 비롯한 폐합성수지류이다. 문제는 양면 코팅이 아닌, 단면 코팅된 종이컵조차도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돼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이컵 재활용률은 환경부 추산으로도 1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종이컵 분리배출로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며 '더 정교한 시스템 마련' 외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참으로 답답하다.

현재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빨대 규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는 2023년 7월 1일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2026년부터는 음료 곽 등 제품 포장에 붙은 빨대도 금지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에 따라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이를 따르고 있다. 베트남은 2025년부터 호텔이나 관광지 등에서 빨대를 비롯한 플라스틱 일회용품과 생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 포장 사용을 금지한다는 일정을 세워둔 상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한국만 또 역행하는 것이다. 종이 빨대를 사용하면 젖은 신문지 맛이 나는 등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사용성이 우수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끼치는 문제를 줄이고자 대체제로 마련된 것이 아닌가.

일회용품 규제의 핵심은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을 막는데 있다. 정부는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지만 무엇보다 90%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내년(2024년)에 치러지는 총선을 겨냥해 산업계 표심을 얻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표가 중요해도 환경문제와 견줄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반환경적 결정을 철회하고 환경정책 실종을 우려하는 시민사회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교육연구소 이사 김윤해

 

 
 

김민정 기자  deconom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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