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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탐사기행] 다시 부활하는 정한론⓶우리에겐 고통스러운 역사 ‘메이지 신궁’

“메이지 천황이시여! 내가 가는 길이 비록 험한 가시밭길 이어도 일본 역사에 남긴 당신의 치적처럼 저 아베가 오늘의 일본을 구했다는 기록을 남길 것입니다.”

2013년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메이지신궁을 참배하면서 한 말이다.

   
▲ 메이지신궁 정문 모습
* 메이지신궁

메이지 왕(1867-1912)은 일본의 근대화를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중앙집권체제를 형성하고 민족적·국가적 통일을 이루었음은 물론, 서구의 제도와 기술, 문화 등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에 불을 지폈다. 또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발판으로 일본을 자본주의 국가로 도약시켰다.

외형적으로만 볼 때 메이지 왕이 통치했던 45년은 일본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발전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발전은 한국ㆍ중국ㆍ대만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억압과 수탈을 통해 이루어졌다.

메이지신궁은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에 있는 신사로 일본 메이지 천황과 쇼켄 황태후를 기리는 곳이다. 1915년~1920년까지 약 5년의 기간 동안 70만m2의 거대한 면적에 일본 전역에서 365종 12만 그루의 나무가 헌정되어 심어졌다.


   
▲ 메이시 신궁 안 일본 전통 혼례 모습
*국민 힐링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

메이지 신궁 본전에 다다르자 일본 전통 결혼식이 한창이었다. 전통복장을 한 한쌍의 부부와 하객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매년 천 쌍이 넘는 커플이 이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또한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여자가 신궁 안에서 황금색 꽃을 머리 위로 뿌리면 좋은 남자를 만난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그리고 메이지 신궁은 일본인의 정신적 고향이자 관광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일본인과 외국인이 항상 장사진을 이루며 영어는 물론 한국어로된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 우리에겐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

일본인들이 메이지신궁에 느끼는 사랑과 자부심에 반해 메이지 천황의 재위기간(1867~1912)은 근대 조선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시기동안 조선은 강화도조약으로 강제 개항을 맞고 청일전쟁의 전쟁터로 초토화됐고 러일전쟁으로 국권까지 잃은 시기였다. 일본의 정한론, 침략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라는 용어가 메이지 천황 시절에 나왔다. 폭력 우위의 논리로 조선인들에게 경제수탈, 민족말살로 나타 나면서 이루 헤아릴수 없는 우리의 선조들이 터전과 목숨을 잃었다.

   
▲ 참배하고 있는 일본인들
*메이지 신궁을 바라보는 우리

광활한 부지안에 잘 정돈되어진 각양각색의 12만그루의 나무.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과 일본인들로 붐비는 문화유산이자 일본인의 자랑.

추운 2월의 날씨, 메이지신궁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자긍심과 엄숙함이 묻어 났다. 신궁 본전 앞에 오르자 사진촬영을 신궁측에서 금지했다.  앳되어 보이는 여성이 신궁 본전 앞에 오르자 일본 전통 방식으로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를 치며 다시 한번 절을 했다. 경건한 모습이었다. 사랑을 이루도록 해달라는 것인지, 가족의 안녕을 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의 얼굴에는 메이지 천황 시대의 일본이 저질렀던 ‘침략의 역사’는 없었다.


여행의 기쁨인지 연신 웃음을 보이며 사진을 찍고 있는 생각 없는 중국인과 심지어 한국 관광객들 조차 메이지신궁에 주는 매력에 빠져 희희낙락대고 있었다. 우리 선조들의 역사를 알고 저러지는 않을 것이지만 씁쓸함이 올라왔다.

일본인들은 메이지 천황을 ‘천황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메이지 천황의 업적을 기린다. 수많은 외국인에게 문화유산으로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는 ‘메이지 천황의 찬란한 역사’에 일본인이 얼마나 강한 자부심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메이지신궁은 우리 선조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일제 침략과 수탈의 우두머리가 묻혀 있는 곳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조선의 경제수탈과 민족말살의 최중심에 섰던 메이지 천황을 기리는 일본인과 천황을 존경하고 정한론자를 추종하는 아베 총리가 또 다른 침략을 위해 담금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영수 기자  dock04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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