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은 2일 자정을 넘긴 3일 0시 45분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해 12년 만에 처음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했던 국회는 불과 1년 만에 다시 헌법이 규정한 시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오점을 남겼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 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지 못했고,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에 따라 정부 원안이 지난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회법 85조는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전날(1일) 오후 9시부터 4시간 30분간 심야 마라톤 협상 끝에 내년도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과 ▶모자보건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 ▶관광진흥법 등 5개의 쟁점법안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2일 새벽 합의는 국회법을 내세운 여당의 압박에 야당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여당이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내세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등의 예산 확보가 시급한 야당이 결국 이를 수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밤 11시 9분께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그러나 2일 자정이 임박해서도 소득세법 개정안 등 13건의 법안만 처리되자 정 의장은 차수변경을 위한 산회를 선포했다. 이어 곧바로 3일 0시 6분쯤 다시 개의를 선언, 안건처리를 계속했다.이에 따라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이었던 '법외 심사'를 통해 합의한 수정안을 전날인 2일 오후 11시 개의한 본회의에 제출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결국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수정된 예산안은 찬성 197표, 반대 49표, 기권 29표로 가결됐고, 정부 원안은 자동 폐기됐다.

김민정  mj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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