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100세 시대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되고 행동을 하다보면 도전을 할 수 있고 열정이 생길 것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도전하세요.”

25일 오후 2시 광고회사 ‘백세기획’에 들어서자 오전부터 몰려든 주문으로 인쇄기계가 쉴 틈 없이 현수막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백세기획 직원들이 컴퓨터로 현수막 디자인 시안을 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곧 회의가 마무리되자,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만지면서 수량을 확인하는 직원들은 모두 흰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었다.

▲ 백세기획의 작업 모습

백세기획을 다니고 있는 이광태(75) 시니어는 올해로 광고회사 10년차를 맞았다. 평균 연령 70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백세기획’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것.

각종 광고물들을 제작하고 있는 백세기획은 10년간 단 한 번의 매출 하락 없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만드는 광고물이 신선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과 다르게 일반 광고회사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퀄리티있는 디자인과 세심한 작업 때문이다.

이 씨는 “젊은 사람들보다 느린 것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래 걸리더라도 그만큼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광고물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광고물에 만족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 된 이 씨지만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포토샵, 일러스트, 워드 등의 컴퓨터 작업에 능숙해야하며 체력도 어느 정도 따라주어야 하는 광고회사를 70대 어르신들이 전부 꾸려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체력적인 것은 어떻게 서든 하면 적응이 되지만 그거보다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지고 배우고 하는 게 참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초반에는 ‘노인들이 만드는 광고물이 얼마나 잘 나오겠냐’는 시선도 받았다. 이 씨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보완점을 찾아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거야 노인들이 배우면 되지만 디자인만큼은 젊은 사람의 기술과 창의성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해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세기획의 광고물은 모두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다. 백세기획에서 고용한 디자이너가 디자인 시안을 보내주면 직원들이 회의와 수정·보안을 거쳐 완성되는 것.

▲ 백세기획을 다니고 있는 이광태(75) 시니어는 올해로 광고회사 10년차를 맞았다. 평균 연령 70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백세기획’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것.

컴퓨터 작업과 출력 작업까지 모두 프로의 손길로 해내는 이 씨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 바닥에서 경력 10년차는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라며 “새로운 것을 하기위해서는 나이가 들었어도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젊은 날 공직에서 몇 년간 일을 하다 회사로 옮겨 정년퇴직을 맞았다. 이후 다시 한 번 다른 일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대구달서구시니어클럽의 시니어지원사업인 대구수목원 숲 해설사로 활동했다.

이 씨는 “가끔 주변사람들보면 ‘일은 하고 싶은데 적성에 맞지 않아서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예전에 어떤 일을 했던 다시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위해서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생각만 있다면 행동을 할 수가 있고 행동을 한다면 도전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백세기획의 현수막 작업물

한편, 백세기획은 대구달서시니어클럽 시니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노인일자리의 단순성을 탈피하고 보다 전문적이기 시장진입적인 사업으로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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