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이은형(34·여) 씨는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갔다 부쩍 오른 물가를 몸소 깨달았다. 이 씨는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와 아이들이 먹을 과자, 음료수를 사고 반찬에 필요한 채소와 고기 등을 사고 나니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라”라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는데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소주와 과자, 빙과 등의 가격이 연이어 오른 가운데 맥주와 콜라 가격까지 인상됐다. 게다가 1일부터는 도시가스요금도 오르고, 10월 물가 또한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디지털경제 DB)

국내 경기가 갈수록 부진하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소주와 과자, 빙과 등의 가격이 연이어 오른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맥주와 콜라 등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것. 심지어 이달부터 도시가스요금도 올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만 힘들어지고 있다.

식품 가격 인상 행렬은 지난해 말 소줏값이 인상되면서 시작됐다. 소주를 시작으로 과자와 빙과류의 가격이 줄줄이 오른 가운데 지난 28일 국내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4년 만에 카스와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의 주요 맥주 제품을 평균 6%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오르는 원재료 비용과 인건비 등이 부담스러워지자 오비맥주가 맥주 값을 올리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오비맥주와 코카콜라가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한 이상 국내 맥주 업계 2위인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도 곧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5.52% 올리자 롯데주류와 대선주조, 보해, 무학 등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소주 가격이 연이어 오르면서 과자와 빙과류의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롯데제과가 지난 3월 비스킷류 제품 8개 과자의 가격을 평균 8.4% 올렸고, 한 달 뒤 빙과류 제품 2개의 가격도 각각 100원씩 인상했다. 이에 해태제과와 롯데푸드, 빙그레, 크라운제과 등의 업체들까지 대표 제품의 가격을 올리며 인상에 가담했다.

게다가 대표적인 탄산음료 코카콜라도 2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코카콜라는 1일부터 코카콜라와 환타 2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환타의 인상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코카콜라는 “올해 들어 유가와 원당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제조경비 및 판매 관리비 상승 등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료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임금과는 다르게 물가 상승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김장비용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배추 가격(1kg당)은 평년에 비해 70% 비싼 2천600원으로 나타났다. 또 무와 대파 가격도 각각 219%, 60% 올랐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의 소비자물가가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두 달 연속 1%대에 오른 것이다. 

식료품뿐 아니라 11월부터 도시가스 요금도 평균 6.1%(서울시 소매 요금 기준) 올랐다. 전국 1천660만 도시가스 이용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요금이 1천758원 인상된 것. 

직장인 한영철(49) 씨는 “식료품부터 공공요금, 교통까지 가격이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그대로다”라며 “예전에는 아내에게 생활비로 100만 원만 줬지만 이제는 그 걸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 해가 갈수록 살림이 팍팍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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