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만 가져오면 대포도 만들어줬다’할 만큼 이 골목에는 안 되는 일, 없는 공구가 없었죠.”

한강이남 최고의 공구골목이자, 대구 최대의 공구골목인 ‘북성로 공구골목’은 광복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형성됐다. 전국의 모든 공구는 다 이곳에 있다 할 만큼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북성로 공구골목이 ‘문화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전국의 모든 공구는 다 이곳에 있다 할 만큼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북성로 공구골목이 최근 ‘문화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대구의 첫 번화가 북성로에서 형성된 공구골목

북성로 공구골목은 국산공구가 생산되지 않았던 1947년쯤 지금의 인교동 달성공원 입구에서 시작됐다. 해방 이후 미군보급창고와 미군부대 등에서 흘러들어오는 폐공구를 수집하던 주민 11명이 이곳에서 공구를 판매한 것.

그러다 한국전쟁을 거친 뒤 50~60년대에 이곳에 공구 상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공구골목이 형성됐고, 현재는 대우빌딩 서편에서부터 달성로까지 약 1.15km에 달하는 거리를 중심으로 들어선 420여개의 공구 업체가 ‘북성로 공구골목’을 대표하고 있다.

가야 콤프레샤 이모(56) 대표는 “‘초기 공구골목은 전국에 있는 공구가 다 이 골목에 있다’고 할 만큼 크고 호황을 누렸다”며 “그러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공구를 찾는 사람들도 줄고, 상권도 분산되면서 옛 호황을 잃었다”고 말했다.

공구골목이 자리한 북성로는 대구에서 제일 처음으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북성로는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 길을 말한다. 1905년 대구의 교통 관문의 시작을 알렸던 대구역이 칠성동에 들어섰고, 이에 역사 남쪽에 있었던 북성로가 대구의 최초 번화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구 최초로 신작로가 정비됐으며 도로포장 또한 대구에서 가장 먼저 이곳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북성로는 이후 향촌동으로 번화가 자리를 넘겨주었고 현재는 향촌동의 ‘번화가’ 명성을 동성로가 이어받았다.

◆정비 사업과 특색 있는 매장들로 새로워지는 공구골목

번화가 자리를 내어줬던 북성로 공구골목은 최근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도로 정비와 간판 정비, 공구박물관 개설, 순종황제어가길 조성 등으로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는 것. (사진/김지은 기자)

번화가 자리를 내어줬던 북성로 공구골목은 최근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도로 정비와 간판 정비, 공구박물관 개설, 순종황제어가길 조성 등으로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는 것. 게다가 요즘은 특색 있는 카페와 사회적 기업 등이 하나둘 북성로에 자리하면서 ‘문화와 관광’을 품은 공구골목이 됐다.

북성로 공구골목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매장 앞에 갖가지 공구용품이 쌓여있었다. 이 때문에 공구골목의 도로는 공구용품과 지나가는 차량, 걸어 다니는 보행자까지 섞이면서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이 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구골목의 상인들과 중구청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해 이면도로를 정비한 뒤 야외 진열대를 규격에 맞게 맞추고, 간판도 모두 교체했다.

북성로 공구골목상인회 김종구 회장은 “전에는 공구골목을 찾으면 구경을 하고 싶어도 공구 피하랴, 지나가는 자동차 피하랴 불편했는데 지금은 이면도로 개설과 인도정비, 야외 적제물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불편함을 없앴다”며 “간판 정비사업도 올해 상반기에 끝나서 지금은 깔끔하고 일관된 간판으로 모두 교체됐다”고 말했다.

북성로 공구골목이 최근 특색 있는 카페와 사회적 기업 등이 하나둘 북성로에 자리하면서 ‘문화와 관광’을 품은 골목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또한 지난 2013년에는 1930년대 쌀 창고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구박물관’도 개설됐다. 1층 45㎡, 2층 31㎡의 규모로 1층에는 공작, 체험, DIY(Do It Yourself. 가정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북성로 공구골목의 기술자들의 작업공간을 재현한 방과 공구상들의 사무공간으로 구성됐다. 또한 2층에는 다다미방을 원형 그대로 살린 구조로 세미나와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공구박물관에는 일제강점기 때의 나무자루 드라이버, 기계 등 공구류 10여종 50여점이 전시되고 앞으로 1천여 점의 공구도 순환적으로 계속 전시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낡은 기계장치를 분해 조립하는 가족 체험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곳에는 대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지역 작가들의 개인 서적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더폴락’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판매점 ‘소셜마켓 협동조합’, 북카페 ‘대구하루’, 믹스카페 ‘북성로’, 공방 ‘토브’ 등이 모여들면서 청년층과 외국인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중구청의 도시활력사업인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도 내년 3~4월 완료될 예정이다.

중구청이 지난 2013년부터 북성로 공구골목에 도시활력사업으로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중구청 도시경관과 최미향 주무관은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은 1909년에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어가를 타고 북성로와 경상감영 일대를 둘러봤다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실시된 사업”이라며 “내년 3~4월쯤 사업이 완료되면 다른 연계기관과 협력해 관광코스 개발, 수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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