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7시 대구 서구 반고개 무침회 골목.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이 무침회를 먹기 위해 길을 거닐고 있었다. 무침회의 원조 격이라는 한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새빨간 색에 새콤달콤한 냄새를 뽐내는 무침회가 손님들 테이블 위를 채우고 있었다. 무침회를 먹으러 칠곡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박진명(59) 씨는 “쌀쌀하고 추운 이런 날씨에 화끈하고 새콤달콤한 무침회 한 점 먹고 재첩 국에다 소주 한 잔을 먹으면 그보다 좋은 궁합이 없다”며 “무침회의 제대로 된 맛을 즐기려면 이곳 반고개 무침회 골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10味(미)이자 경상도의 대표 음식인 무침회를 판매하는 식당이 모인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시 서구의 대표 명물거리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대구의 10味(미)이자 경상도의 대표 음식인 무침회를 판매하는 식당이 모인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시 서구의 대표 명물거리이다. 50여 년 전 한 식당에서 시작된 무침회 골목은 현재 14곳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의 역사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위치해 있다. 반고개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농협 내당점부터 명성약국까지 약 330m정도의 거리이다.

현재는 행정구역으로 정해진 ‘반고개’는 내당동의 고개 명칭이 시초다. 옛 사람들이 옛 내당1동과 내동2·3동을 연결해주는 고개를 ‘바람고개’, ‘밤고개’라고 부른 것이 ‘반고개’가 됐다. 현재 반고개는 달구벌대로와 달서고의 교차 지점에 위치해 내당동과 달서구 두류동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의 시작은 약 50년 전으로 돌아간다. 한국전쟁 이후 생활이 어렵던 시절인 1960년대 초. 옛 구남여성 근처 반고개 마을 중간쯤에는 ‘진주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이 위치해 있었다. 이곳 주인은 단골손님들에게 일명 ‘화끈할매’로 불렸는데, 이 어르신이 경상도의 잔칫집에서 자주 맛볼 수 있었던 무침회를 술안주로 팔기 시작하면서 무침회 골목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매콤 새콤한 맛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잡은 무침회 식당들이 늘어가면서 현재는 약 14개 업소가 이 골목에서 무침회를 판매하고 있다. 무침회 골목의 한 상인은 “화끈할매의 무침회 맛에 반한 한 사업가가 화끈할매를 졸라 무침회의 비법을 알아낸 후 인근에 식당을 차리면서부터 골목이 형성됐다”며 “무침회가 많은 인기를 얻자 인근 식당에서도 다들 무침회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골목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의 주 메뉴인 가오리무침 (사진/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시간이 흐른 후 무침회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은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맛이 됐다. 이에 대구의 10味(무침회·복어불고기·뭉티기·논메기매운탕·야끼우동·납작만두·누른국수·매운찜갈비·막창구이·따로국밥)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대구경북 사람들의 장례식, 잔치 등의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이다.

◆대구경북의 지역 특성 반영한 대표 음식 ‘무침회’

무침회는 각종 회와 무채, 미나리 등 야채에다 초고추장 양념을 곁들인 음식으로 매콤하고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무침회는 지역의 특성상 예부터 경북과 대구의 잔칫집에서는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였다. 내륙지역이었던 경북과 대구에서는 신선한 회를 맛보기 어려웠고, 이에 바닷가에서 공수해온 회나 오징어 등을 살짝 데쳐 야채와 함께 버무려 먹는 방법을 선호했다.

무침회를 자주 먹으러 온다는 김혜선(34·여) 씨는 “무침회 특유의 맛은 대구의 화끈하고 매력적인 스타일과 닮았다”며 “또 대구의 유명한 음식인 납작만두에다가 무침회를 싸서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극찬했다.

이처럼 무침회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무침회를 전국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마산식당 박은경 대표는 “전국에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택배나 퀵으로도 무침회를 판매하고 있다”며 “야채와 양념을 따로 포장해 판매하기 때문에 주문 후 무침회를 받아서 입맛대로 버무려 먹으면 싱싱하고 신선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올해 특화된 먹거리와 문화를 접목한 대구의 명물 골목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디자인시범거리조성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대구시 제공)

한편,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올해 특화된 먹거리와 문화를 접목한 대구의 명물 골목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디자인시범거리조성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은 보행자환경정비 사업과 간판 정비, 조형물 설치 등으로 진행되며 서구의 새로운 관광지로 발굴할 계획이다.

대구시 서구청 도시재생과 방건우 주무관은 “최근 반고개 무침회 골목 디자인시범거리조성사업 최종 보고회를 실시했다”며 “간판정비와 조형물은 디자인을 마친 후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며, 보행자환경정비 사업 또한 2월 말쯤부터는 착공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본격적인 공사를 실시해 올해 6~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상가 건물주들이나 주민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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